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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개발자는 ‘재주 부리는 곰’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1 16:54

수정 2013.11.11 16:54

모바일게임 개발자는 ‘재주 부리는 곰’

"(모바일게임으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해도 각종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면 결국 20억원 남짓 남습니다. 그마저도 마케팅비 등을 빼면 10억원대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1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보통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데 실제로 회사에 들어오는 돈은 1억원 정도입니다. 여기에서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까지 빼면 남는 게 없습니다."

(N 게임개발사 관계자)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이 겪는 공통적인 걱정거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매출액 기준으로 지난해 8009억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1조2125억원으로 51.4%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모바일게임을 개발한 업체들에 돌아가는 수익은 전체 매출의 10~20% 사이다.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다함께차차차' 등 국민적인 인기를 끈 모바일게임도 있지만 이들 역시 이런 구조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모바일게임 산업을 '빛 좋은 개살구'라고 평가한다.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통한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정부의 외침도 모바일게임 업계에서는 '헛구호'인 셈이다.

모바일게임 시장 유통구조는 보통 4단계로 이뤄져 있다. 개발사가 게임을 개발하면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 등 오픈마켓에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최근엔 카카오톡을 통해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가 늘면서 카카오에 21%의 수수료를 낸다.

마지막으로 중소 개발사인 경우 퍼블리셔(게임 배급업체)와 따로 계약을 해야 한다. 퍼블리셔와 모바일게임 개발사 간의 수수료 비중은 오픈마켓이나 카카오와 달리 고정수수료는 없지만 보통 50대 50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개발사에서 가져가는 수익은 전체의 24.5% 안팎이다.

더군다나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수많은 사업자가 진입하면서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 이 때문에 게임 소비자의 높아진 눈 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질 높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개발비용과 개발시간도 상승하고 있다.

2013 게임백서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사의 41.2%가 1억원 이상을 개발비용으로만 지출했다. 1억~2억원 사이가 전체의 25%를 차지했으며 3억~5억원은 4.4%를 나타냈다. 문제는 개발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과열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업체별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한 게임 개발자는 "게임을 시장에 내놓은 시점부터 다시 시작"이라며 "마켓에서 1주일 안에 순위 안에 못 들면 상용화에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게임을 출시하고 1주일간은 이벤트나 홍보 등 마케팅에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게임을 제작하고 직접 배급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바일게임을 제작하고 자사에서 배급한 경우가 56.4%에 달했다. 온라인게임이 21.4%에 그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또 다른 대안으로 '이동통신사를 통한 판매방식'도 부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의 T스토어는 모바일 매출액 비중이 25.4%로 앱스토어의 24.2%, 구글스토어의 18.3%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모바일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13 게임백서에 따르면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모바일게임사는 57.5%, 이통사 판매망을 활용하는 곳은 19%에 불과하다. 판매망으로 이동통신사를 이용하는 업체가 적은 것에 비해 모바일 매출액 비중이 높다는 것은 이통사들이 모바일사업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T스토어는 해외 오픈마켓과 달리 모바일게임 개발사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통사를 플랫폼으로 활용할 경우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보다 경쟁 과열현상이 덜해 상위권 진출도 비교적 쉽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의 질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위해서라도 오픈마켓이나 카카오 등에서 벗어나 플랫폼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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