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줄기세포로 당뇨병 치료길 열린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0 17:32

수정 2013.11.20 17:32

줄기세포로 당뇨병 치료길 열린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성인이 돼 발병하는 제2형 당뇨병에도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남지선 교수팀과 서울여대 생명공학과 김해권 교수팀은 사람의 눈 밑 지방조직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3주간 '인슐린 분비세포'로 분화시킨 후 이를 제2형 당뇨병에 걸린 실험용 쥐에 이식한 결과 혈당수치가 호전됐다고 20일 밝혔다. 또 제2형 당뇨병에서 보이는 여러 대사지표들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눈 밑 지방줄기세포, 인슐린 분비

연구진은 제2형 당뇨병에 걸린 실험용 쥐 22마리를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 후 '인슐린 분비세포'를 실험군 15마리 신장에 이식 후 혈당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인슐린 분비세포를 이식받은 실험군 쥐의 혈당수치가 이식 전 416.7±125㎎/dL에서 이식 후 238.4 ± 92.8㎎/dL로 낮아졌다. 이는 당뇨병이 유발되지 않은 정상 쥐(184.3±16.5 ㎎/dL)보다는 높지만 대조군 실험쥐(509±4.2㎎/dL)에 비해 혈당이 떨어졌다.


대조군 실험 쥐 7마리는 지속적으로 높은 혈당수치를 유지하다 그중 5마리는 고혈당이 지속돼 연구 관찰 도중 며칠 만에 폐사했다. 반면 줄기세포 이식 쥐는 6개월 이상 생존했다.

또 비만을 초래할 수 있는 '유리지방산'과 염증성 단백질로 체내 인슐린 분비 신호를 억제해 당뇨병을 유발하는 '인터류킨-6'가 인슐린 분비세포를 이식받은 실험군 쥐에선 대조군 쥐에 비해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안철우 교수는 "실험군 쥐에서는 혈당강하 효과뿐만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으로 초래되는 각종 대사 지표도 호전되는 결과도 얻었다"며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의 만성 성인병을 유발하는 '대사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임상시험 진행

우리 몸의 세포는 혈액을 통해 전달되는 '혈당'을 에너지원으로 한다. 이 혈당을 세포 내로 넣어주는 역할을 췌장에서 분비하는 '인슐린'이 담당한다. 이 인슐린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적절한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에 필요한 혈당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말한다. 부족한 세포 내 혈당 공급을 위해 체내에서는 필요 이상의 인슐린이 분비돼 혈관의 동맥경화와 고혈압 및 각종 대사증후군에 걸리게 된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인 320만명이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에 걸리게 되면 인슐린을 피하주사로 투여하거나 먹는 약을 복용한다. 하지만 줄기세포로 치료하면 단 한 번 투여로 평생 인슐린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안 교수는 "현재 사람에게 근육주사, 정맥주사, 피하주사, 췌장 주입 등 어떤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투여할지 연구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5명에게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의과학학술지인 BBRC(IF=2.4)지 11월호에 발표했다.


한편 안 교수팀은 지난해 6월 산모에게서 얻은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로를 인슐린 분비 세포로 분화시켜 선천성 인슐린 결핍 증상을 보이는 1형 당뇨병에 걸린 동물 실험도 성공한 바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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