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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창조하는 과학기술 리더들] 김차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09 17:43

수정 2014.10.29 05:34

▲ 김차동 이사장이 9일 서울 테헤란로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차동 이사장이 9일 서울 테헤란로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직원들의 명함엔 독특한 심벌이 새겨져 있다. 오른손엔 별을 안고 왼손은 앞을 가리킨 채 달려가는 사람이 하늘색 선으로 그려진 심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 하나의 선은 특구 내 원활한 소통과 전 세계를 연결하는 혁신클러스터의 허브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다. 가슴에 품고 있는 별은 언제 어디서나 빛을 잃지 않는 희망의 메시지다.

하늘위로 손을 추켜올린 형상은 성공을 쟁취한 승자의 역동적인 모습이다. 하늘색은 하늘과 같은 미래의 꿈을 상징한다.

그 사람 아래엔 '이노폴리스(INNOPOLIS)'라는 파란색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노폴리스'는 Innovation(혁신)과 Polis(도시)의 합성어다. 여기엔 '기술사업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로 더 나은 미래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곳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1번지'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차동 이사장의 비전이 '지식창출·기술확산·창업의 생태계가 약동하는 4만달러 창조경제의 견인차'인 이유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덕특구 40주년 기념식'에서 "창조경제로의 여정에 대한민국 과학기술 1번지 대덕특구가 핵심적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차동 이사장은 올해 화두로 '기술창업이 일자리로 이어지는 창조경제 성과 구현'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창업이 일자리로 이어지는 창조경제 성과구현'을 추진방향으로 하고 있다"며 "특구를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의 허브'로 만들고,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특구의 인프라와 육성사업을 통해 창업과 사업화로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해 특구 8개 회사를 산업은행과 연결시켜 100억원의 투자를 받도록 연결해줬다"며 "올해 특구펀드를 1250억원까지 확대해 초기기업 투자비중이 40% 이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평소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주로 이용하면서 사색의 시간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리더로 알려진 김 이사장. 그는 항상 15층 자택 아파트와 4층 집무실을 계단으로 오르내린다. 그렇게 30여년간 계단을 오르듯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해 쉼 없이 열정을 쏟아온 김 이사장을 9일 서울 테헤란로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만나 대덕특구와 과학기술분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40주년을 맞은 대덕특구의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면.

▲지난 40년 대덕특구의 변화는 상전벽해였다. 미래 모습도 상상 이상으로 달라질 전망이다. 큰 그림은 나와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9일 '대덕특구 40주년 기념식'에서 비전을 통해 2023년 대덕특구의 발전모습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연구소기업 200개, 매출액 32조원, 1인당 소득 5000만원이다. 이는 10년 후 대덕특구의 미래상이다. 이런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특구육성정책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연구소기업 창업·육성을 추진한다. 또한 벤처 및 첨단비즈니스 육성을 통한 비즈니스 성과도 창출한다. 대덕특구 산학연 등 구성원 모두가 풍요로운 산업 및 경제성장도 실현하겠다. 대덕특구는 과거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산실로 국가산업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창조경제센터는 물론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 등과 연계돼 과학과 산업·문화가 융합된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킹대상으로 부상한 대덕특구의 성공 비결은.

▲국가 지도자의 과감한 결단에 의한 선견지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973년에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은 140달러에 불과했다. 도로 하나 더 놓는 게 급한 시기였다. 의식주도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정치적으로 멀리 보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는 게 대단하다. 돌이켜 보면 훌륭한 결단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1967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세울 생각을 했는지 놀랍다. KIST 산하 연구조직이 여러 개로 분리돼 대덕특구의 주요 연구소들로 자리 잡았다. 우수한 인재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국내외 우수한 인재들이 열정 하나로 모여 놀라운 성과물들을 탄생시켰다. 당시 대덕단지에 근무하던 연구원들은 어떤 직업보다 경제적으로 대우를 받았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우수한 인재에 대한 투자와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적 동의도 대덕특구 발전에 기여했다. 국민들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않는다. 이외에 대덕특구의 입지도 중요했다.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인 대전에 위치해 있는 데다, 인근에 유성온천과 계룡산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창조경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점프해서라도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언급했다. 이처럼 창조경제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12년간 국민소득 1만달러의 덫에 빠져 있었다. 지난 2008년엔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 후 7년간 2만달러의 덫에 빠져 있다. 한국은 선진국과의 격차 속에 중국의 추격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창조경제는 요소투입, 원가절감, 추격형 산업육성, 빨리빨리 등 현재의 한국을 가능하게 했던 체질과 시스템을 바꿔야 가능하다. 즉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야 한다. 예컨대, 지난해 기준 이스라엘에 이어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36%의 연구개발(R&D) 투자(정부부문 16조원, 민간포함 50조원)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생산성(R&D 상용화율 세계 43위, 논문인용수 세계 30위, 기술무역적자 57억달러)은 저조하다. 이는 과학기술 부문에 인적, 시스템 등 제반 측면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 키워드는 창의성, 융합, 개방, 자율성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요건들이 충족되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창조경제 핵심거점으로서 연구개발특구의 역할과 발전방안을 설명한다면.

▲연구개발특구는 출연(연)과 특성화대학 등에서 창출된 공공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사업화 플랫폼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가 대전, 대구 등 전국에 확대 설치하려는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아이디어 도출에서 기업성장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관여한다.

특구는 기술창업, 특히 출연(연)과 특성화대학 등에서 창출된 공공기술의 사업화에 초점을 두고 특구의 플랫폼과 혁신센터의 기능을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성공사례를 만들어 다른 지역에도 확산시켜 나가겠다. 조만간 특구의 기술사업화 프로그램과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 간 연계를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올해 특구육성사업 추진방향과 주요 과제는.

▲'기술창업이 일자리로 이어지는 창조경제 성과구현'을 추진방향으로 하고 있다. 우선 특구를 오프라인 창조경제타운의 허브로 만드는 것이다.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특구의 인프라와 육성사업을 통해 창업과 사업화로 연계하는 내용이다. 카이스트(KAIST) 등 특성화대학을 활용한 기업가정신 교육과 대학생 아이디어 창업지원을 통해 연구소기업 거점화도 추진한다. 두 번째로는 올해 특구펀드를 1250억원까지 확대해 초기기업 투자비중이 40% 이상이 되도록 하고, 엔젤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기술금융시장을 확충하겠다. 특구별 특성화를 통해 각 지역별 강점, 우위분야 산업을 중심으로 특화육성해 지역산업과 밀착되고 경쟁력을 갖도록 추진하겠다. 이를 위해 지역의 산학연 등 혁신주체 간 네트워킹을 촉진하겠다. 특히 기술찾기 포럼 등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는 목적지향형 지역혁신네트워크를 만들고 육성 지원할 생각이다.

―특구사업만으로는 공공기술사업화에 많은 한계가 있다. 기술사업화를 통한 비즈니스 성과창출에 있어 출연(연)의 역할이 중요한데….

▲산술적으로 특구사업에 투자되는 예산은 기본 경비 등을 제외하면 수백억원 수준이다. 이는 주요 출연(연)에 투자되는 연간 R&D 예산 4조원에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출연(연)의 성격에 따라 기초연구에 중점을 둔 기관도 있다. 그러나 연구기관의 기술사업화 관점, 나아가서는 R&D 생산성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출연(연)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연(연)을 비롯한 과학기술계 스스로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지나친 간섭 등 80, 90년대 지배적인 사고와 경영관행으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원들이 현재 익숙한 칸막이 문화, 100% 안전한 연구보고서 양산 등 자세를 버려야 한다.

―취임한 지 3개월이 됐다. 그간 활동과 소회는.

▲취임 후 조직을 혁신적으로 쇄신했다. 새로운 진용을 갖추고 도약하기 위한 조치다. 기획·총괄 기능과 사업 간 연계강화를 강화했다. 그 일환으로 재단의 2개 본부를 1개 기획조정본부로 통합했다. 미래전략실도 신설했다. 이곳은 기술사업화 정책, 창조경제 신규사업 발굴, 기술사업화의 글로벌화 추진 등 정책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경영관리실도 신설했다. 추가특구 지정을 비롯해 과학벨트 업무추가 등 조직규모 확대에 따라 경영관리업무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다. 그동안 직원들에 대한 외부평가와 개별 면담 등을 반영해 인사를 실시했다. 정책적으로는 현 정부가 연구개발특구를 창조경제 전진기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핵심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된 특구사업을 적극 펼쳐나가겠다.

―과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합리적으로 이끄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과학에 숨겨진 합리성이 여러 분야에 확산되면 어떨까 생각한다. 과학발전이 없었더라면 문명의 발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 호출기를 사용하던 시절, 휴대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후 휴대폰이 대중화됐다. 심지어 손목에 웨어러블 기기를 차면 건강상태를 체크해주는 시대가 왔다. 조만간 자동차 앞유리에 디스플레이를 달아 PC 화면으로 사용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한다. 사물인터넷도 현실화되고 있다. 일련의 사례는 과학 발전이 얼마나 사회를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박지현 기자

■김 이사장은 공직만 30년…과학기술 정책 전문가

김차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김 이사장은 한양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호주국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제25회로 지난 1982년 과학기술처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후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행정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과학기술참사관, 과학기술부 공보관, 연구개발국장, 과학기술협력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김 이사장은 재직 중 지방과학기술 진흥, 과학영재학교 설립, G7연구개발사업,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신성장동력 사업 등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과학기술 국제협력에도 많은 성과를 내 유럽연합(EU) 협력상을 수상했다.

과학기술부와 교육부가 통합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인재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고 한국장학재단 설립,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 LINC사업, ACE사업 등 굵직한 교육정책의 기획.추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2012년 3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으로 공직생활 30년을 마무리한 김 이사장은 이후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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