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구조조정의 역설] (2) IT의 역습.. 당신의 일자리가 위태롭다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4 17:54

수정 2014.10.28 09:15

[구조조정의 역설] (2) IT의 역습.. 당신의 일자리가 위태롭다

#. 2009년 말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스웨덴 인구의 88%는 1년에 은행 지점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은행 23%의 지점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선 40% 이상의 지점 거래량 감소 현상이 있다. 오는 2020년엔 세계 주요 국가의 은행 중 50%가 문을 닫을 수 있다. 이는 '뱅크 3.0'의 저자 브랫 킹의 주장이다.

#. 코레일은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약 24억원의 예산을 들여 359대의 자동발매기를 설치했다.

인력효율화가 목적이었다. 이어서 2012년 중 117개 매표창구를 감축한다는 계획 아래 1차로 동대구역 등 33개역의 38개 매표창구를 폐쇄했다. 이로 인해 114명의 직원이 부서를 옮겼다.

생산성을 높여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한 첨단 정보기술(IT)이 오히려 인류의 일자리를 잡아먹는 '역작용'을 낳고 있다. 한마디로 'IT의 역습'이다. 그간 IT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을 주도했지만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고용부진을 초래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갈수록 인력 고용보다는 IT 시스템 투자를 선호하는 상황이다. 이는 IT 시스템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반면 인력은 직간접적인 비용(고정임금·인센티브·복지 혜택·노사갈등 이슈 등) 부담이 커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IT의 역습은 중간층 화이트칼라를 감소시키면서 고도화된 화이트칼라층과 최하위 블루칼라층만 늘리는 양극화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IT혁명이 초래한 '고용 없는 성장'

고성장으로 이끈 IT혁명은 '고용 없는 성장'이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IT가 발달할수록 고용은 감소하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부지런한 손발'을 활용해 성장하던 아날로그 시절의 기업들이 IT의 발달과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인력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똑똑한 IT기기들이 인력을 대체하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의 발달은 전통적 통신수단인 유선전화를 시장에서 내쫓고 있다. 휴대폰은 최근 10여년 사이 유선전화 가입자가 500만명가량 줄어들게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유선 시내전화 가입자는 KT 1448만명, SK브로드밴드 272만명, LG U+ 50만명 등 총 177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03년 말 현재 유선 시내전화 가입자 2287만명에 비해 517만명(22.6%) 줄어든 것. 그만큼 유선전화 관련 인력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114 상담과 전화번호부 이용을 급감시켰다. 114 이용률은 10년 전의 40%가량이다. 그만큼 114 상담인력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114 상담원은 지난 2008년 1121명이었던 것이 2010년부터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지난해 기준 114 상담원은 586명 정도다.

디지털카메라의 발달은 아날로그 카메라와 필름 현상소를 사라지게 했다. 14만명을 고용하던 글로벌 필름기업인 코닥도 몰락했다.

금융권도 IT의 역습을 피해가지 못했다. 가뜩이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모바일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지점과 인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각각 연간 1000명 이상에서 200명 이하로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상반기 인력 채용을 잠정 중단한 채 기존 인력 줄이기에 나섰다.

■'안방 기업'의 구조조정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지 못한 것도 국내 기업들이 도미노식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이유다. KT는 최근 유선전화 개인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6000여명의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휴대폰에 밀린 유선전화시장이 역성장을 하면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도 구조조정에 내몰리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2012년 말 네오위즈게임즈가 1000여명의 인력을 550여명으로 감원했다. 엠게임과 드래곤플라이도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는 전체의 20∼30%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빛소프트, 라이브플렉스 등도 소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포털업계의 경우 SK컴즈가 지난해 11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싸이월드 분사와 인력조정을 포함한 사업구조 개편에 들어갔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IT의 역습과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지 못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당분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중간 화이트칼라 중심의 인력 다이어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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