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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창조하는 과학기술 리더들] “카이스트 외국인 교수 10% 이상으로 늘려 국제경쟁력 강화”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0 17:37

수정 2014.04.20 17:37

강성모 카이스트 총장
강성모 카이스트 총장

【 대덕(대전)=양형욱 김혜민 기자】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갑천변을 휘돌아 들어선 카이스트(KAIST)는 정문부터 봄 향기가 물씬 풍겼다. 청명한 하늘 아래 울긋울긋 봄꽃들이 어우러진 캠퍼스 곳곳에선 삼삼오오 학생들이 낭만을 즐기고 있다. 90년대말 젊은 과학도들의 삶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인 '카이스트'의 주인공들이 캠퍼스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저 평온하고 밝았다. 전임 총장 시절 사상 초유의 학내 갈등으로 인해 뼈저린 시련기를 겪었던 카이스트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1년여만에 카이스트에도 진정한 '봄'이 찾아온 모양이다.



카이스트의 혹한기였던 지난해 2월 카이스트 총장을 맡아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온 인물이 바로 강성모 총장이다.

활짝 열린 총장실에서 만난 강 총장은 해맑은 미소와 함께 "어서 오세요"라면서 반갑게 맞아줬다. 강 총장은 학내 갈등 극복의 비결을 묻자 "처음 왔을 때 카이스트는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면서 "선입견 없이 그들의 입장에서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강 총장이 "이게 카이스트가 가야 할 길"이라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대로 고개를 돌려 컴퓨터를 봤다. 그곳엔 '창의'와 '도전'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가 취임 후 고심 끝에 만든 카이스트의 핵심가치란다.

의자에 앉아 있던 강 총장은 벌떡 일어나 뭔가를 꺼내 왔다. 10∼15㎝ 높이의 크리스털 재질의 피라미드 모형을 보여줬다. 4개의 층으로 나뉘어 영문이 새겨져 있다. 이 피라미드 모형은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미국 반도체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받은 물건이다. 이 피라미드 모형에 새겨진 메시지는 강 총장의 생각과 일치해 총장실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

제일 하단인 4단에는 '열정과 문화'(Passion and Culture)가 새겨져 있다. 바로 위인 3단에는 '신임받는 파트너가 되라'(Be a trusted Partner)란 문구가 있다. 2단계는 '높은 가치의 문제를 찾아라'(Find high value problems)이다. 제일 최상위 1단에는 '높은 가치의 문제를 풀어라'(Solve high value problems)이다.

요즘 강 총장의 관심은 온통 카이스트의 국제 경쟁력 강화다. 그는 이를 위해 외국인 교수를 1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49명인 외국인 교수를 7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며 "남은 4년 임기 동안 1년에 5명씩 증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700명 수준인 외국인 학생과 50명 수준인 여성교수도 10%가량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강 총장은 카이스트의 숙원사업인 세종캠퍼스 개설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의학·건강·뇌과학 등의 분야 연구를 위해 세종시에 캠퍼스 개설을 추진 중"이라며 "세종캠퍼스는 융합시대를 맞아 의사와 카이스트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의학·건강·뇌과학 등을 연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총장은 카이스트의 체질개선과 관련, "간부급 교직원 40%를 구조조정했다"며 "오는 9월 1일까지 학제 개편도 완료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외에 강 총장은 행복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해피 캠퍼스 캠페인'과 창조경제 차원의 '케이벨리 캠페인'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들려줬다.

'배려할 줄 아는 총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강 총장을 지난 4일 만나 1시간여에 걸쳐 과학교육 현안과 발전 방안 등에 대해 혜안을 들어봤다.

[미래 창조하는 과학기술 리더들] “카이스트 외국인 교수 10% 이상으로 늘려 국제경쟁력 강화”

―지난해 2월 취임한 후 1년이 지났다. 학내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나.

△벌써 13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빠르다. 처음 왔을 때 카이스트는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뭐든지 높이 올라가기 위해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이때 신임이 필요하다. 신임이 없으면 균열이 생긴다. 선입관을 갖지 않고 그들의 입장에서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가능하면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다. 어떤 현안은 양쪽 얘기를 듣다보면 끝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 맞는 우화가 있다. 옛날에 랍비가 있었다. 자기가 목회하는 구역의 두 사람이 늘 싸우더란다. 하루는 얘기를 해보기 위해 둘을 불렀다. 그 자리엔 랍비 부인도 있었다. 서로 반대 이야기를 하는데 랍비는 둘 다 옳다고 말했다. 부인이 가만 듣고 있다가 정반대의 얘기를 맞다고 하면 모순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랍비는 부인에게도 당신이 옳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어려운 사안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카이스트의 분쟁을 보자. 검사가 수사해도 확실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새 총장이 옳고 그름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할 일이 중요하니 협력하고 치유하자고 했다. 치유하는 과정에서는 반창고를 내버려둬야 한다. 자꾸 들추면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앞날을 위해 같이 고민해서 가야 한다.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임이 두터워진 것 같다.

―취임 후 추진한 카이스트의 조직 변화는.

△지난해 9월 조직적 변화가 있었다. 직원 조직에 팀장 부장이 많았다. 팀원이 한두 명인데 팀장이 있는 조직도 있었다. 그래서 줄이자고 했다. 학장급 교수 등 40%를 줄였다.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이사회도 반대했다. 내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교직원이 인내심을 갖고 정말 해보겠다는 의지로 도와줬다.

카이스트의 핵심가치도 고민했다. '창의'와 '도전'으로 정했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창의와 도전 정신을 키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웠다. 교육혁신과 창의연구 등 분야를 나눠 세분해 중점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도 강화했다. 그간 '카이스트 학생들은 똑똑하지만 불행하다'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가 대전에서도 섬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 벽을 허물기 위해서도 고민했다. 그래서 인성교육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신입생부터 꽃동네에서 2박3일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한국 대학총장 가운데 처음으로 다보스포럼 멤버가 됐다. 어떤 활동을 하나.

△다보스의 글로벌대학리더포럼(GULF)에 참여해 미래의 현안을 주제로 논의하고 있다. 카이스트가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 총장을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한국 대학에서는 첫 번째다. 본인의 영광이자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포럼에서 세계적인 저명 인사들과 교류할 수 있다. 카이스트의 경쟁력과 우리 과학교육 위상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해피 캠퍼스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해피 캠퍼스 캠페인은 행복한 캠퍼스를 만들자는 취지다. 긍정적으로 살아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비관적이면 힘들다. 밝은 캠퍼스가 되어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아야 한다. 분위기가 좋아졌다. 학생들도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73%에서 95%로 상승했다.

―창조경제 차원에서 카이스트의 역할은.

△카이스트가 진행하는 사업 중에 '케이벨리' 캠페인이 있다. 지난 달 카이스트 캠퍼스에 창조경제 혁신센터가 개소됐다. 창업준비를 할 수 있는 스타트업 스튜디오도 만들고 있다. 1층은 아이디어 팩토리로 전시해 놨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한 공간이다. 또한 카이스트가 연구단지 연구원들의 창업에 대한 기업가 정신교육을 맡아서 할 것이다. 이것이 케이벨리, 스타트업이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다.

―세종캠퍼스 개설을 추진 중인데, 그 배경은

△카이스트는 의학과 건강, 뇌과학 등의 연구가 부족하다. 이것은 21세기 중요한 분야다. 그쪽으로 잘하기 위해서는 교수진도 더 있어야 한다. 연구할 수 있는 병원도 중요하다. 이것은 연구실과 마찬가지다. 세종캠퍼스를 추진하는 이유다.

세종시 대학 연구단지에 의과학병원을 유치하고 연구단지를 만들 생각이다. 카이스트에는 생명과학과가 있다. 의과학대학원도 있다. 1년에 15명의 우수한 인재를 뽑고 있다. 바이오와 뇌공학과가 있다. 이들을 합치면 인원이 70명이다. 그 분야의 사람들이 세종캠퍼스로 이동해 연구병원 내 의사들과 협력연구를 하게 된다. 세종캠퍼스는 의과대학이 아니다. 병원을 유치해 연구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와 카이스트 연구자들이 공동 연구하는 형태다.

―'글로벌 카이스트' 구현 전략은.

△세계화가 중요한 시대다. 카이스트의 영어교육이 강화된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외국인 교수가 7%(49명)정도 된다. 10%(70명)를 만들기 위해서는 3%를 더 늘리면 된다. 남아 있는 4년 임기 동안 1년에 5명씩 늘릴 것이다. 이를 위해 '카이 플러스'도 운영 중이다. '카이 플러스'는 외국인 교수 부인들에게 음식 문화를 전파하고 쇼핑을 도와주는 내용이다. 외국인 교수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취지다.

여성 교수도 10%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현재 50명 수준이다. 어떤 학과는 교수가 90명인데 여성 교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 학생도 현재 700명 정도다. 외국 학생들도 늘릴 계획이다.
국제화를 위해 외국학생 유입이 중요하다.

hwyang@fnnews.com

■약력 △68세 △연세대학교·미국 페어레이 디킨슨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학사 △미 뉴욕주립대학교 전자공학 석사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전기전자공학 박사 △미 럿거스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미 AT&T 벨 연구소 연구원 및 선임연구원 △미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전기전산학과 교수 △미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전기전산학과 학과장 △미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타크루즈캠퍼스 공대 학장 △실리콘밸리 공학의회 회장 △BK21 프로그램 국제자문위원회 위원 △스위스 국립기술원 과학자문위원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시드캠퍼스 총장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크루즈캠퍼스 공대 특훈석좌교수 △카이스트(KAIST) 총장(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선도과학자 추천위원회 위원(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 위원(현) △글로벌인재포럼 자문위원(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마스다르 과학기술원 외부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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