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잘 먹어야 병 이긴다” 특수의료용 식품 재조명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9 17:41

수정 2014.06.19 17:41

'암 환자는 병으로 죽기보다 굶어 죽는다.'

환자에 대한 충분한 영양 공급이 부족해 병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질환이 있는 노인들은 기본적인 영양공급은 물론 해당 질병에 특화된 영양성분이 필요할 수 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최근 '100세 시대, 특수의료용도 식품의 현황과 안전관리'를 주제로 미디어 워크숍을 갖고 특수의료용도 식품에 대해 재조명했다.

박유경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교수는 "병원에서 다양한 영양을 제공하고 퇴원 후 영양공급을 지속했을 때 환자의 사망률 감소, 체중증가,기능 개선이 확인됐다"며 "퇴원 후 병원의 지침에 따른 지속적인 영양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수의료용도 식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의료용도식품은 환자생명줄

미국 저명 암센터에 있는 한국인 암 전문의는 "미국인 암환자는 음식을 잘 먹어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잘 견뎌내는데 비해 한국인 환자들은 잘 먹지를 못해 치료를 어렵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환자들이 위장 등을 통해 공급하는 영양액을 '특수의료용도 식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특수의료용도 식품을 8가지(환자용 균형영양식, 당뇨환자용 식품, 신장질환자용 식품, 장질환자용 가수분해식품, 열량 및 영양공급용 의료용도 등 식품,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식품, 영유아용 특수조제식품, 연하곤란환자용 점도증진식품)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 유통, 투여, 보험적용 등 관리체제에 문제점이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교수(영양집중지원팀장)는 "장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경장영양은 현재 영양상태가 불량하거나 향후 병의 진행과 치료과정에서 영양불량상태를 초래할 수 있는 환자에게 의사가 처음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장 길이가 짧아 일반음식섭취로는 성장할 수 없는 소아와 정상생활을 할 수 없는 성인에게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생명줄"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관련법규 등 제도개선

특수의료용도 식품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식품의 제조공정과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 교수는 미흡한 특수의료용도식품의 관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의사의 지시와 영양사의 감독 하에 사용하도록 해야 하고 △다양한 제품의 생산과 수입을 위해 분류의 단순화 △GMP(의약품 제조 품질관리) 수준의 위생관리 강화 △별도의 첨가물 기준 마련 등 네 가지 사항을 개선책으로 제안했다.

이규환 대상 중앙연구소 부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적 조제식인 '경장영양제 식품'이 식품공전상에 '특수의료용도 등 식품'으로 분류돼 있다"며 "하지만 별도로 '경장영양제 의약품'이 있는 관계로 건강보험에서의 적용 혜택과 환자의 부담금에서 큰 차이를 보이므로 시장규모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아 해외기업이 철수한 상황이라 제품이 다양하지 않다"며 "환자들이 편하게 특수의료용도 식품을 섭취하려면 건강보험 관련 법규 개정 등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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