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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결국 법정관리 신청, ‘벤처 1세대’ 신화 무너지나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2 11:28

수정 2014.10.24 12:25

팬택 상암사옥
팬택 상암사옥

벤처로 출발해 23년간 대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국내 휴대폰 제조시장의 한 축을 지켜왔던 팬택의 운명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졌다.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얻어냈지만 이동통신3사가 팬택 제품 추가 구매를 하지 않으면서 연이어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했고 결국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팬택은 12일 이사회를 열어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조만간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최종 법정관리 개시 여부는 이르면 내달 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팬택은 이통사들을 상대로 스마트폰 추가 공급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들이 채권·채무 동결로 약 4개월치의 부품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이면서 줄도산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팬택에 대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팬택'이라는 브랜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청산이 아닌 회생 결정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생 결정이 내려지면 팬택에 대한 회생 계획안이 마련되고 제대로 계획안을 이행하면 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정관리 결정 이후 제3자에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나면 팬택 부채가 모두 탕감되면서 팬택을 노리는 국내 또는 해외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통해 제3자에게 매각될 경우 유력 인수후보로 중국 업체들이 꼽히고 있다. 인도 휴대전화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팬택이 해외 업체에 매각되면 심각한 기술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팬택은 국내외 등록특허 4985건 등 총 1만4573건의 출원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팬택의 대표적인 특허기술로는 △스마트폰 도난방지기술 'V 프로텍션' △메탈 안테나 기술 △지문인식 기반 시크릿 기능 △지문인식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능 등이 있다.

팬택이 매각되면 팬택의 기술력도 고스란히 중국 등 해외 업체로 넘어가 '제2의 쌍용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 1998년 대우차에 인수된 이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인수됐다가 기업회생절차를 거친 뒤 지난 2011년 인도 마힌드라자동차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핵심 기술을 빼갔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팬택은 그동안 국내 벤처 1세대 기업을 대표하며 '벤처 1세대' 신화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1991년 자본금 4000만원으로 팬택이 설립된 이후 이듬해 무선호출기(삐삐) 회사로 출발해 글로벌 톱7, 국내 2위의 휴대폰 제조사로 성장하는 등 그동안 팬택은 대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강한 생존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무리한 세계 시장 공략 등의 이유로 지난 2007년 1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연구개발(R&D) 투자 및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면서 그 결과 지난 2011년 1차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한 바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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