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루게릭병 등 희귀질환에 더 많은 관심을”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5 17:43

수정 2014.10.23 19:52

“루게릭병 등 희귀질환에 더 많은 관심을”

두산 박용만 회장, 가수 비 등 경제계, 연예계, 의료계 등 해외에서 불어닥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한 암 단체가 시작한 이 캠페인은 얼음물통을 뒤집어쓰면 몸이 춥고 떨리면서 루게릭병(전신무력증) 환자의 아픔을 체험한 후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해 100달러를 기부하든지, 아니면 얼음물통을 뒤집어쓰라는 제안이었다. 얼음물통을 뒤집어 쓴 유명인사들은 기부도 하고 다음 사람을 지목해 캠페인에 동참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루게릭병이란

배우 김명민은 2009년 개봉했던 영화 '내사랑 내곁에'에서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를 30㎏이나 줄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도 주인공인 조인성이 루게릭병에 걸린 것으로 암시되고 있다.

루게릭병은 뉴욕 양키스 야구단의 전설적인 4번 타자 루 게릭이 이 병을 앓다가 사망하면서 '루게릭병'이란 이름을 갖게 된 질환이다. 이 병은 뇌와 척수 측면에 있는 운동신경 세포가 손상돼 여기서 명령을 받는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데, 뇌의 통제에서 벗어난 척수가 근육에 잘못된 명령을 보내 근육이 경직되거나 척수가 근육에 전혀 명령을 보내지 않아 근육이 위축되고 근육량이 줄어들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병준 교수는 "루게릭병의 마르고, 팔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근육병과 비슷해 근육병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후천성 근육병의 경우 완치할 수 있거나 장기간 치료하면 상당히 호전될 수 있는 반면 루게릭병은 감각신경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모든 근육이 몸에서 소실되어 결국 눈동자 밖에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질환은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진단 후 평균수명은 3~4년가량 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는 "현재까지는 유전자 치료를 포함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으나 만족할 만한 치료법은 없고 치료제도 릴루졸 밖에 없다"며 "따라서 합병증을 예방하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고 호흡치료를 포함해 전반적인 재활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지원 못받는 희귀질환자 많아

희귀질환은 인구 2000명 중 1명 이하인 질환으로 정의되며 전 세계적으로 6000~7000개의 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평원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기준으로 141개 질환의 희귀질환자 수는 51만8284명이며 정부에서 6억2000만원 가량의 진료비를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루게릭병은 그나마 많이 알려져 있고 환자 단체도 있기 때문에 다른 희귀질환보다는 집단행동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질환에 속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외된 희귀질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연구·지원센터 정해일 센터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최근에는 진단법이 발전해 진단이 가능해졌지만 병명 코드가 없어 희귀질환 진료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힘든 환자들이 많다"며 "희귀질환의 경우 민간 제약사에서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연구개발(R&D)을 지원해 진단이나 치료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