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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규제 푼 美·日은 요금 ↓.. 사전인가제 한국은 제자리

김수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5 17:24

수정 2014.10.23 19:54

이동통신 규제 푼 美·日은 요금 ↓.. 사전인가제 한국은 제자리

SK텔레콤 등 통신시장의 선발 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인하나 서비스품질 향상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촉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정부가 선발 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자 선발사업자들이 다양하고도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후발사업자들과 경쟁을 벌여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부담이 줄어들고 서비스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선발 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규제를 풀어줄 경우 선발사업자가 과도하게 요금을 내려 후발사업자를 도태시킨 뒤 독점 시장을 만들어 요금을 대폭 올림으로써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런 이론과 달리 선발사업자에 대한 규제완화가 오히려 요금 인하 및 서비스 품질 향상 등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 및 학계에서는 소비자들을 위한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며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日, 3위 사업자에 끌려가는 1위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는 지난 6월 정액요금 기반 신규 요금제인 '가케호다이&파케아에루 요금제'를 선보였다.

한달에 2만~3만원 선에서 무제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또 가족이나 친구들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요금제도 선보였고, 요금납부 방식도 오는 10월부터는 균등분할 납부를 할 수 있도록 해 일괄납부만 가능했던 요금납부 방식도 다양화했다. 같은 시기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도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KDDI도 곧 비슷한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통신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지켜오던 NTT도코모가 후발 사업자보다 먼저 요금인하 경쟁에 나선 것은 3위 사업자인 소프트뱅크가 경쟁을 촉발하자 이를 버티다 못해 끌려가는 것이다. 일본 이동통신 시장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NTT도코모가 시장의 50%, KDDI와 소프트뱅크가 30%, 18%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2009년 후반부터 3위 통신사였던 소프트뱅크가 아이폰 도입과 요금인하 경쟁을 촉발하면서 사용자들의 인기를 얻게 되고 결국 NTT도코모의 경쟁력이 급락했다. NTT도코모는 지난 몇 년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NTT도코모는 결국 올해부터 요금 인하 경쟁에 뛰어들어 가입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을 만회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지난 2·4분기만해도 NTT도코모의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3%나 줄었다.

일본 통신분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쟁 활성화가 일본 정부의 통신시장 규제 완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후반 통신요금 규제를 사후인가제로 전환하고 2004년 NTT 유선전화 등 일부 서비스에만 가격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NTT도코모 같은 선발 이동통신 회사라도 급하면 자율적으로 요금 인하 경쟁에 자유롭게 뛰어들 수 있고, 결국 정부의 규제 없이 시장 안에서 경쟁이 자유롭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美, 2약 경쟁 주도… 2강은 눈치

미국도 시내전화 시장에만 국한돼 주(州)별 규제가 일부 존재할 뿐 사전인가제는 없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독점 외에는 정부의 규제가 없지만 시장경쟁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강 2약 구도인 미국 통신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요금제 인하 전쟁이 한창이다. 시장점유율 3위인 스프린트가 월 6만원에 통화.문자.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다만 스프린트의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려는 고객은 단말기를 본인이 직접 마련하거나 정가를 주고 구입해야 하며 단말기 보조금은 받을 수 없는 제약이 있다. 이에 미국 통신시장 4위인 T모바일도 무제한 데이터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미국 통신시장 내 3~4위 업체가 요금 경쟁을 펼치면서 1~2위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와 AT&T 역시 요금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활성화된 한국, 규제 다시 봐야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요금 사전 인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사전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하거나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의 사전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무차별적 요금인하로 후발사업자를 시장에서 밀어낸 후 완전 독점 상황을 만들어 요금을 인상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테면 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대폭 인하된 요금제를 출시하고 싶어도 정부의 인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다.

일본의 NTT도코모가 6월에 내놓은 파격적 요금인하가 국내에서는 아직 어렵다는 말이다. 이는 후발 통신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한 발 양보를 요구하는 제도다.

그러나 소비자단체와 학계에서는 "후발 통신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한 상황에서 요금인가제가 진정 소비자를 위한 정책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이미 지난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권고할 정도로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됐기 때문에 규제정책 전반을 되돌아 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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