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PB 제조사 ‘출혈 납품’

이성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8.09 21:45

수정 2014.11.05 05:47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윈윈 전략으로 시작된 자체브랜드(PB)도입이 업체간 과열양상을 띠면서 납품 제조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경쟁매장보다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납품가 유지나 인하 부담을 납품업체에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PB는 제조사로서는 안정적인 판로와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대형마트는 자사 컨셉트에 맞는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의 윈윈 전략으로 불렸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의 PB경쟁이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안게 된 납품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생산원가 수준의 납품가로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제품으로 인해 자사 브랜드 판매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업체간 PB무한 경쟁 돌입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불과 3∼4년 전만 해도 10% 미만이던 PB 매출비중이 지난해 14%, 올해는 16∼18%대까지 늘어났다.
매출 또한 지난해 9200억원대로 올해 말이면 1조원대가 넘어설 전망이다. 제품 수 또한 지난 99년 300개이던 것이 올해는 3600개까지 증가했다.

이마트는 2005년까지 제품 수는 8000개, 매출 비중은 4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해 PB상품 매출만 4500억원에 이르러 전체 매출의 10%를 훌쩍 뛰어넘었다.

현재 식품, 생활용품, 의류 등 총 2700여개의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이를 15%선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PB 상품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홈플러스도 현재 14%의 PB 상품 비중을 오는 2011년까지 30%까지 늘려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납품업체 출혈·제살깎기 속앓이

대형 마트업체의 PB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해지고 있다.

한 생수 제조업체가 대형마트 A사에 PB 제품으로 납품하는 생수제품은 상반기 생수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깊어가는 적자로 울상이다.

납품가가 생산원가 수준이어서 마케팅·물류비용 등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생수의 특성상 뚜렷한 생산 한계를 가지고 있어 언제까지 ‘출혈 납품’을 할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동일한 제품이 자사브랜드와 PB로 나눠져 한 매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형마트에 ‘와이즐렉 카스타드’를 납품하는 L 제과의 경우 ‘행복 카스타드’가 한 매장에서 같은 제품끼리 경쟁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이럴 경우 당연히 가격이 싼 PB 제품이 판매 우위를 선점해 납품업체로서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사에 ‘이플러스 앙팡치즈’를 납품했던 S 우유의 경우 PB 상품과의 제살깎기로 정작 본 제품이 매출 부진으로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고객은 합당한 가격에 더욱더 값싼 제품을 원하고 있다”며 “PB 제품의 경우 제조업체도 적정한 수준의 가격이 산정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납품업체 관계자는 “공룡화된 유통업체의 횡포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shower@fnnews.com 이성재 홍석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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