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식음료업계 ‘온도 마케팅’ 열풍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8 17:57

수정 2014.10.28 06:10

맥주, 우유 등 각종 식음료 제품의 온도마케팅 전략이 차별화되고 있다.

18일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맥주는 '발효', 우유는 '살균' 공정에서 고온과 저온으로 나뉘는 서로 다른 제조공법의 생산제품에 대한 마케팅 타깃층을 달리하고 있다. 맥주가 미생물의 일종인 효모를 키우는 발효공법에 온도를 맞추지만 우유는 미생물을 죽이는 온도에 변화를 준다는 점이 다르다. 이들 식음료 제품은 생산온도에 따라 맛과 영양 등에 차이가 있어 제품 판매 타깃층까지 달라진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최고급 프리미엄 맥주로 개발·판매 중인 정통 유럽식 에일(Ale) 맥주는 15~25도의 비교적 고온에서 발효되는 제품으로 마니아층이 타깃고객이다. 이 제품은 향이 풍부하고 맛이 묵직해 출고가가 일반 맥주와 비교해 최고 2배 가까운 2000원대다.


영국, 미국 일부 지역, 벨기에 등지에서 생산되지만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세계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에일 맥주 소비 타깃층은 마니아층으로 구분된다. 에일 같은 고온 발효맥주는 한국의 음식문화보다는 서양식 레스토랑 등에 더 맞는다는 평가다.

반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라거 맥주는 5~10도의 비교적 저온에서 발효된다. 출고가는 1000원대로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제품이다.

'카스'와 '하이트' 같은 라거 맥주는 발효 중 효모가 밑으로 가라앉아서 '하면발효' 라고도 한다. 하면발효 맥주는 톡 쏘는 탄산의 청량감과 깔끔한 맛으로 한국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맥주가 라거 계열 맥주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19세기 전에는 상온에서 활동하는 효모를 사용한 상면발효 맥주가 주로 생산됐으나 19세기부터 냉동시설이 발달하면서 저온에서 발효과정을 거치는 하면발효 맥주가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고 밝혔다. 라거는 독일어로 '창고'라는 의미다.

최근에는 롯데주류가 맥주시장 진출과 함께 '물을 타지 않는' 정통 독일식 맥주 '클라우드'를 1200원대의 출고가에 선보이는 등 라거맥주 시장도 고급화에 불을 댕겼다.

우유는 살균온도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유통 안정성이 확보되지만 생유 맛은 덜하다. 저온살균 우유는 열에 의한 단백질 변성이 적어 생유에 가까운 맛을 낸다.

일반 우유는 130도 이상에서 2~3초간 살균되며, 저온살균 우유는 63~65도의 낮은 온도에서 30분간 천천히 살균된다.

매일유업의 상하목장 저온살균 우유는 1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필터 공법을 적용하기도 했다. 매일유업 상하목장 저온살균 우유는 63도의 낮은 온도에서 30분간 천천히 살균, 열에 의한 단백질 변형이 적어 생유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

이 외에도 그동안 상온에서 숙성됐던 참기름과 된장 등에도 저온숙성 공법이 도입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백설 황금참기름'은 특허받은 초임계 공법을 활용해 맛과 향, 깨끗함을 한 단계 높인 참기름으로 탄맛과 쓴맛이 적고 맑은 황금빛을 띤다. 저온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성분 변형이 적고 참기름을 짜낼 때 향의 손실을 없애 더 고소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샘표에서 선보인 '토굴된장'은 콩에 유산균을 넣은 후 낮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충북 영동군의 자연 토굴에서 6개월간 장기 숙성, 된장의 잡내를 줄여 맛이 부드럽고 깔끔하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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