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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끊기, 갑자기 왜?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2 21:59

수정 2014.10.24 23:52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끊기, 갑자기 왜?

국내 유통 1위 업체인 롯데그룹이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로 하면서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에서 사업을 확장해왔고 양국에서 활동 중인 2세 오너 경영자들 간의 경영 분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말들이 많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계열사 지분 정리는 오는 25일 실시되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추세에 발맞춰 자발적으로 지분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순환출자 구조 개선을 통해 향후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다양한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은 추측을 보이는 것들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추가 지분 정리 여부 △신동빈 회장의 장악력 강화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 간 완벽한 분리 등이다.

일단 롯데 측은 이 같은 추측들에 대해 대부분 부인했다.
다만 계열사 간 추가 지분 정리와 한·일 롯데 간의 분리 여부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계열사 간 지분 정리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고 "신동빈 회장의 지분 변동도 거의 없기 때문에 장악력 강화에 큰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거래된 계열사 주식들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는 큰 역할을 하지만 기존 지배구조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낮은 지분율의 주식들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주식 매입사들은 거래된 주식을 기존에 이미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회사들이다. 이는 이번 거래를 통해 지분구조 자체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롯데호텔은 기존 롯데건설의 대주주(보통주 기준 38.74% 보유)로 이번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지분율이 4% 증가한 것 이외에 지배구조 자체에는 변화가 전혀 없다.

반면 롯데역사, 롯데닷컴, 롯데푸드, 한국후지필름, 롯데리아는 보유하고 있는 롯데건설 지분을 모두 매각함으로써 순환출자고리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롯데그룹 측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친형인 일본 롯데 신동주 부회장과의 마찰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두 아들인 신씨 형제들에게 이미 가업 승계를 거의 마쳤다. 다만 두 형제 간의 지분 정리 작업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 롯데의 계열사를 맡고 있고, 차남인 신동빈 롯데회장은 한국의 기업들을 맡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일본 롯데의 신동주 부회장은 한국 롯데 순환출자의 핵심고리인 롯데제과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왔다.

형과 동생 간의 롯데제과 내 지분율 차이가 조금씩 좁혀지면서 미묘한 경쟁이 이뤄지기도 했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기업이라는 점에서 형제 간의 지분 경쟁은 더욱 관심사였다.
이에 대해 이번 순환출자 계열사 간 지분 정리는 일본 롯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게 롯데그룹 측의 해명이다.

일부 증권업계에선 롯데그룹이 순환고리를 끊은 것이 2세들 지분 정리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롯데의 신 부회장이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인 롯데제과 지분 확보를 통해 한국 롯데에 미쳤던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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