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불황에도 지갑은 열린다] (上)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 맛 있으니 사가더라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7 17:14

수정 2014.10.24 21:29

[불황에도 지갑은 열린다] (上)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 맛 있으니 사가더라

장기 불황에 내수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유통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세일이 일상화된 듯 대형 할인 행사가 잇따라 열리지만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렇지만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는 곳이 없지는 않다. 백화점이 공수해 온 해외 디저트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것을 마다 않고 '가치'가 있다면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또 매장을 향하던 발길은 모바일 쇼핑몰로 방향을 틀었다. 불황 속 유통업계를 이끈 '맛집' '가치 소비' '모바일 쇼핑'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불황이 깊어질수록 유통업계의 '맛있는 경쟁'은 뜨거웠다.

백화점은 상반기 가로수길 맛집, 지방 베이커리에 이어 해외 디저트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들여왔다. 특급호텔도 해외에서 파티셰를 영입해 계절별로 새로운 케이크를 선보였고 호텔만의 시그니처 디저트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이 같은 디저트 인기는 △불황 속 '작은 사치'로 유행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달콤하고 강렬한 맛을 선호하고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존심 건 맛집 유치 경쟁

불황 속 백화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식품관이었다. 고객들은 디저트를 사기 위해 1시간씩 줄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주말 앙금빵과 야채빵이 나오는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롯데백화점 잠실점 이성당 매장 앞에 긴 줄이 이어졌다. 이성당은 하루 네 번 앙금빵과 야채빵이 나온다. 40분가량을 기다려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인당 구매 수량이 한정됐지만 50분이 되자 직원은 야채빵이 떨어졌다고 공지했다. 이 매장은 한 달에 약 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백화점이 맛집 유치 경쟁을 벌인 것은 집객 효과가 큰데다 다른 상품보다 추가로 물건을 구입하는 확률이 높아 백화점 전체 매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올 들어 7월 현재까지 무역센터점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델리(식당가) 고객의 연관 구매율은 68.1%로 전 상품군 중 가장 높았다. 연관 구매율이란 특정 상품군에서 3회 이상 구매한 고객의 구매금액이 점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의 경우 베이커리 '베비에르'가 입점한 이후 상반기 동안 5000명의 신규 고객과 타 상품군에 20억원 매출을 창출하는 효과를 보였다.

■호텔 앞다퉈 디저트 강화

리뉴얼을 마치고 지난 2월 재개관한 인터컨티넨탈호텔은 그랜드 델리 오픈과 함께 파티셰인 세바스찬 코쿼리를 영입했다. 그는 계절마다 새로운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 이렇다 할 신제품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그가 만든 케이크 가격은 4만~6만원대지만 오후 2시가 되면 거의 다 팔린다. 더 플라자는 프리미엄 에쉬레 팬케이크를 자체 개발해 선보였다. JW메리어트호텔은 모든 레스토랑의 디저트 섹션을 강화했다. 특급호텔이 디저트를 강화한 것은 매출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디저트를 통해 호텔 이미지를 심고 향후 잠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20~30대 신규 고객이 창출되고 이들에게 호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향후 객실 패키지 이용 등 재방문 고객으로 이어지고, 브랜드 이미지에 활기를 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전략도 "디저트"

올 하반기에도 디저트 강화는 당분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3일 본점 식품관에 편집매장 형태의 파티쉐리 존을 따로 구성, 뉴욕 3대 치즈케이크로 선정되기도 한 '베니에로', 프랑스식 정통 디저트로 유명한 '오뗄두스'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롯데백화점도 하반기 해외 유명브랜드와 지역 맛집 유치를 전략으로 내세웠다.

백화점 관계자는 "디저트는 높은 가격에도 저항감이 적은 데다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면서 "국내외 유명 브랜드 제품 유치에 지속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급호텔도 마찬가지다.

인터컨티넨탈호텔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2030고객과 비즈니스고객으로 세분화해 출시하고 메리어트호텔도 계절 과일이나 단팥빵, 초콜릿 등을 이용한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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