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불황에도 지갑은 열린다] (中) 베개가 30만원?.. 가치 높으면 과감히 구매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8 17:26

수정 2014.10.24 20:58

[불황에도 지갑은 열린다] (中) 베개가 30만원?.. 가치 높으면 과감히 구매

경기 침체 장기화로 합리적 소비 경향이 확산된 가운데 소비 패턴도 양극화를 나타냈다. 무조건 지갑을 닫기보다는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곳에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렸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비싸더라도 과감히 투자했다.

■"이월 상품이면 어때요"

"원하는 브랜드를 한 벌 살 가격에 두 벌 살 수 있는데 이월 상품인 것은 크게 상관없어요."

프리미엄 아웃렛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윤지훈씨(가명)는 "DKNY나 타임 남성 정장을 40~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서 "남성 기본 정장 스타일은 크게 변화가 없고, 다른 브랜드보다 재질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두 달에 한 번씩 아웃렛 쇼핑을 즐긴다"고 말했다.

백화점 대신 아웃렛으로 돌리는 발길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는 가치 판단의 기준이 달라진 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을 원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아웃렛은 매출 신장률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롯데아울렛의 올해 상반기 신장률은 52%를 기록했다. 특히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파주점, 김해점을 비롯한 '교외형 아울렛' 5개점의 신장률만 보면 87%에 달한다.

마리오아웃렛 고객 수도 지난해 월 평균 약 34만명이 늘었다면 올해는 월 평균 약 43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백화점은 예전 같은 신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 달간 여름 정기세일을 끝낸 백화점들은 4~8% 신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소비 심리 회복세로 판단하기보단 비가 내리지 않은 '마른장마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는 신성장 동력으로 아웃렛을 꼽고 있다. 롯데백화점 이준협 영업기획팀장은 "아울렛 사업은 매년 두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신장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도 교외형과 도심형 아울렛을 추가 오픈해 아울렛 매출이 2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치'있다면 비싸도 샀다

저가 소비에 치우치면서도 제품을 통해 얻는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은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양질의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면용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스트레스로 수면 유지가 어려운 이가 늘면서 숙면에 대한 니즈가 높아져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게 변유미 11번가 침구 담당 MD의 설명이다.

CJ오쇼핑에서 판매 중인 기능성 베개 '가누다' 세트는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가격은 29만8000원으로 홈쇼핑 판매 제품으론 비싼 편이지만 올 상반기 9만5000개가 팔리며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에 롯데백화점도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개인의 수면 유형을 분석해 맞춤형 수면용품을 추천해주는 건강수면샵을 열었다.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로프티 기능성 베개(19만원/21만원)'이다. 매출도 지난 5월 기존 매장 대비 131.7%, 6월 151.8% 를 기록하는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급호텔 패키지 판매율도 자녀 체험 프로그램 유무가 큰 영향을 차지한다. 메이필드호텔이 올해 선보인 '동물친구들 만나기' 패키지는 일찌감치 예약률 50%를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영어로 진행하는 쿠킹 클래스 등 자녀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된 상품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부모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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