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식약청,멜라민엔 ‘엉성’ 석면엔 ‘엄격’

조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07 17:51

수정 2009.04.07 17:51



“중국의 동일한 제조업소에서 수입한 탈크 제품이기 때문에 로트번호(생산일자)가 달라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지난 6일 석면 함유 탈크 조사 결과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의 원료를 사용했더라도 완제품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회수 조치 등을 하지 않았고 유통여부는 제조업체가 판단할 일입니다.”(지난 3월 원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됐지만 완제품에서 정상으로 확인된 분유의 시중유통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멜라민, 석면 등 상상할 수도 없는 유해물질이 먹을 거리나 화장품 등에 잇따라 혼입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일관성 없는 조치가 도마위에 올랐다.

식약청은 지난해 국민들을 멜라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식품 첨가물 락토페린은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서만 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제품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한 반면, 이번 석면 함유 탈크에 대해서는 같은 제조원에서 나온 모든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및 회수명령의 조치를 내렸다.

‘완제품에 이상이 없으면 문제없다’는 식의 식약청 입장이 6개월 만에 180도로 뒤바뀐 것이다. 이는 식약청이 국민건강에 위해가 되는 ‘석면’과 ‘멜라민’에 이중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식약청은 지난 6일 “원료와 완제품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올 경우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원료에 이상이 있을 경우 완제품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지 않고 판매금지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원료에서 석면이 검출돼도 제품에서 희석되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제품에 대해서 면죄부를 준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즉, 덕산약품공업이 제공한 탈크가 사용된 의약품·화장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완제품 검사 없이 판매금지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유의 첨가물로 쓰이는 락토페린(뉴질랜드산)에서 멜라민이 검출됐을 때는 이와 달랐다.

지난해 10월 멜라민 파문 당시 남양유업이 총 세차례에 걸쳐 국내로 수입한 것으로 확인된 락토페린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2차분과 이후 수입한 3차분만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1차분은 이미 제품를 만드는데 쓰였기 때문에 원료가 없어 완제품만을 조사했고 그 결과 멜라민이 불검출됐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남양유업의 경우 이중 일부를 베트남에 수출했다.

파스퇴르유업에서 수입한 락토페린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자 해당 원료만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미 동일한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락토페린으로 만든 완제품은 조사 결과 멜라민이 불검출됐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돼도 문제가 없다며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파스퇴르유업이 이를 수거해 폐기하지 않았다면 시중에 판매됐을 것이다.


당시 식약청은 완제품에서 멜라민이 불검출됐기 때문에 식약청이 제재를 할 수는 없고 제품의 판매여부는 해당업체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놓고 제약업체 등은 분유업체에는 완제품 검사를 통해 면죄부를 준 반면 의약품·화장품업체에는 완제품 검사를 통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마저 빼앗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멜라민 파동 당시에는 완제품 검사결과를 발표해 해당기업에 면죄부를 준 식약청이 이번에 면죄부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멜라민 당시 완제품에서 이상이 없다던 분유 유통을 사실상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조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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