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전북 고창군 매일유업 상하공장을 가다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24 19:49

수정 2009.05.24 19:49



【고창=윤정남기자】22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 신영목장. 드넓은 초지에서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이들 젖소 1마리의 거주 면적은 17.3㎡, 놀 수 있는 면적(방목장)은 34.6㎡를 넘는다.

보통의 4인 가족이 85㎡ 안팎에서 거주하는 것에 미뤄 사람보다 대우가 낫다. 마리당 초지는 916㎡ 이상으로 웬만한 별장보다 넓다.

유기농 목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외에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젖소들의 정신건강까지 고려한 것이다.
사료는 유기농산물이거나 그 농산물에서 나온 부산물이어야 한다.

물론 농약, 화학비료, 항생제, 수유촉진제, 유전자변형식품(GMO) 농산물 등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 국가에서 정한 인증기준을 준수했음을 전문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 받아야만 한다.

신영목장 외 14개 목장에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사육된 젖소의 원유는 인근 자룡리 매일유업 상하공장으로 옮겨진다.

상하공장은 유기농 우유로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 ‘상하목장 유기농 요구르트’ ‘상하목장 유기농 저지방 우유’ 등 유기농 유제품과 상하치즈를 생산한다.

물론 유기농 우유 탄생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낙농가의 입장에서는 순조로운 일반 우유 생산을 중단하고 새로운 환경에 젖소를 적응시켜야 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3년 전인 시행 초기에는 40여 낙농가가 야심차게 유기농에 도전했으나 기존 사료에 익숙한 젖소가 유기농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14곳의 낙농가만이 자리를 잡았다.

낙농가들이 ‘땅 한 평마다 한 삽의 퇴비를 실어 날랐다’고 회고할 만큼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기존의 목축지를 현재의 최상급 유기농으로 바꿨다.

‘신영목장’ 신종식 목장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소들이 죽기까지 하자 내 욕심 채우기 위해 괜한 고생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같은 정성 덕분에 이 지역 14개 목장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최상의 품질과 맛을 자랑하고 있다. 하루 18t의 유기농우유가 고도의 정제과정을 거친 뒤 180㎖와 750㎖ 페트병에 담겨지고 있다. 특히 신선도 유지를 위해 아침에 집유를 끝내고 오전에 생산에 들어가는 방식을 채택하는 등 일반 우유 처리와는 처리공정과 집유과정 역시 확연히 다르다.

한편 상하공장은 고 김복용 매일유업 선대 회장의 애정과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곳이다. 고 김 회장(2006년 타계)은 타계하기 하루 전날에도 고창 상하를 둘러봤다. 고 김 회장은 바른 유기농 길을 가기로 하고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곳으로 고창을 선택했다고 한다. 고창은 비옥한 황토와 깨끗한 물, 공기를 순환시키는 해풍 및 해양성 기후로 겨울에도 일정 온도 이상이 유지되는 등 유기농을 위한 최적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매일유업은 유기농 우유시장 진출 1년 만에 시장점유율 50%라는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다. 특히 매일유업은 2010년 유기농 사업부문 매출을 500억원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yoon@fnnews.com

■사진설명=전북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매일유업 상하공장 유기농우유 생산라인. 하루 18t의 유기농우유가 고도의 정제과정을 거친 뒤 180㎖와 750㎖ 페트병에 담겨지고 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