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배추값 폭등’ 원인 놓고 ‘각종 說’ 난무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0.05 17:22

수정 2010.10.05 17:22

최근 이상 급등한 채소값 원인이 사회적 담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유통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은 불규칙한 기온과 늦장마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을 가격 급등의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정치권 등에서는 중간 유통업자의 폭리나 대형마트의 사재기 등 유통구조상 문제를 배후로 지목하는 ‘음모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작 농민들은 수익성 저하로 배추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는 이탈 현상을 방치한 정부 정책에 대한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5일 “추석 이후 물량이 쏟아져야 하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여름 늦장마와 불순한 기온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 가을 배추값이 가파르게 오른 이유”라며 “최근 배추값 폭등을 둘러싸고 불거진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예년에도 9∼10월 가을에는 배추물량이 줄어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며 “더욱이 올해는 생육기 기후가 나빠 가을 배추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줄었지만 중부 이남에서 배추가 출하되는 10월 중순 이후부터는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들의 무분별한 사재기가 채소값 인상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재균 의원(민주당)은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8∼9월 사이 가락동 시장의 배추, 무 출하량이 30% 이상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 두 곳의 구매량은 배추는 23.4% 감소에 그치거나 무는 오히려 67.3% 증가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형마트가 산지에서 배추와 무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시중 공급량이 줄어 가격 폭등이 야기됐다며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산지와 도매시장을 연결하는 중간 유통업자들의 폭리 의혹도 정치권에서 연일 제기되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최근 “배추 중간 유통과정에서 대량으로 사재기를 하는 유통업자들이 물량을 풀지 않기 때문”이라며 중간 수집상을 가격 폭등의 배후로 지목했다.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도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현재 거래되는 배추는 2∼3개월 전 산지에서 소위 밭떼기 형식으로 포기당 1000∼1500원으로 중간수집상에 의해 사들인 것”이라며 “소비자가 배추 1포기를 1만5000원에 구입하는 것은 여러 중간유통업자가 개입해 이윤을 남기는 고질적인 농산물 유통과정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기후나 유통구조상 폐단보다 배추 농가의 폐업 사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30대 농민은 “배추값 폭등의 근본 원인은 농민이 배추 재배를 안한다는 것”이라며 “매년 김장철 배추가격은 아무리 높아도 포기당 3000원 미만이니 수지가 안 맞는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현 정부가 물가 잡는다고 농산물을 통제한 것이 배추 농가 폐업의 발단”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농가 지원대책을 원점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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