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소셜커머스 너도 나도 ‘반값’..제품 질·서비스 ‘뒷전’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15 16:52

수정 2014.11.07 00:41


최근 불거지고 있는 소셜마케팅의 부작용은 일반적인 신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진입 초기단계에 겪는 '홍역'과 유사하다. '돈이 된다'는 소문에 영세기업들이 소셜 마케팅에 뛰어들면서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이는 제품 및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도입 초기 '반짝' 특수를 누리다가 투자비 이상의 마케팅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제품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경품 등을 노린 얌체 소비자들만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공격적인 활용에서 한발 물러선 형국이다.

특히 소셜커머스의 경우 이달 중 미국의 대형 소셜 쇼핑업체인 '그루폰'이 국내에 상륙해 영세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소비자 불만도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지난해 소셜쇼핑 관련 접수가 월 평균 3건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을 것 같다"면서 "불만 접수가 폭증하면서 아예 전산 관리코드를 새로 만들어 분류했다"고 말했다.

■과열경쟁에 서비스 추락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4월 중 소셜커머스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할인쿠폰에 할인시한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도 최근 불거진 소셜 마케팅 부작용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한다.


생활 유통업계의 경우 요식업체에 이어 화장품 등 미용 용품을 성급히 기획해서 할인판매하는 사례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기획광고와 제품 품질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단체로 항의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소셜커머스 1위 업체인 티켓몬스터는 지난 2월 중순께 '준텐시'라는 일본화장품을 56% 할인상품으로 기획해 8000여개의 쿠폰을 판매했지만 소비자들이 티켓몬스터의 제품소개광고와 실제 제품 성분이 다르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초기 환불 기준 등이 상담원마다 달라 구매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3위 업체인 쿠팡은 지난 2월 서울 이태원의 한 초밥전문점 할인쿠폰 3000개 이상을 팔았다. 그러나 정작 예약이 쉽지 않아 구매자들이 애를 먹었다. 쿠폰 구매자중 한 명인 김형모씨(32·가명)는 주말에 여자친구와 이곳에 함께 가기 위해 금요일에 전화통화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가까스로 예약해서 이 전문점을 방문한 김씨는 황당했다. 쿠폰이 3000개 넘게 팔린 식당에 테이블이 3개에 불과해 한번에 수용 가능한 인원은 고작 6명이었다.

김씨는 "유명 맛집에서 음식을 싸게 판다고 해 덜컥 구매했지만 그날 하루종일 예약을 위해 전화 돌린 걸 생각하면 아직도 열 받는다"면서 "테이크 아웃으로 이용할 수 있기는 해도 테이블 3개 있는 식당 쿠폰을 3000개 이상 팔다니 너무한 거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셜커머스 정보업체인 반가격 닷컴 구본창 사장은 "경쟁이 없던 초기에는 비용이 들지 않아 소셜커머스업체와 외식업체, 소비자 3단계 모두 득을 볼 수 있었지만 점차 순위경쟁을 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상위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광고에도 자본을 투입하다 보니 서비스의 질과 쿠폰 대량판매를 통한 매출확대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기업도 네거티브 툴로 전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활용한 소셜 마케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친소비자 상품을 주력으로 다루는 대기업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을 강화하다가 각종 부작용에 시달려 활용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표적으로 국내 주요 건설사의 경우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트위터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곳은 160여개의 트위터 글을 올린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계정(@prugio_life)이 유일하다. 지난해 4월 오픈한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브랜드 아이파크의 트위터 계정(@iparkapt)은 10개월이 지난 2월까지 20여개 트위터 글을 올리는 데 그쳤다. 삼성물산의 아파트브랜드인 래미안(@Raemian) 역시 지난해 4월 이후 같은 기간 트위터 글 수가 20여개에 불과했다.

건설사 브랜드 이름을 딴 '유령계정'이 난무하는 것도 문제다. 실제 트위터상에는 푸르지오, GS자이, 힐스테이트, SK뷰 등 대형건설사의 브랜드를 딴 계정이 개설돼 있지만 해당 건설사와는 무관하다.

A은행은 한 여성고객이 지점을 방문한 후 자신이 평소 싫어하는 간행물 배치를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은행 측은 "고객들의 취사선택 사항"이라며 정중히 거절했지만 이 여성 고객은 해당 간행물을 싫어하는 트위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연을 올렸다.


이 트위터 사용자들은 "해당 간행물을 지점에서 없애지 않으면 본점 앞에서 시위하겠다"는 글을 앞다퉈 올렸고 은행 측은 결국 그 신문을 구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소비자와 밀착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경우 트위터 등 소셜 마케팅이 되레 영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소셜 마케팅 전문업체인 소셜링크의 이중대 대표는 "소셜미디어의 키워드는 '투명성'에 있는 만큼 이슈가 많은 기업은 트위터를 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면서 "운영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응전략을 면밀히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유현희 김성환 강두순 홍창기 이병철 유영호 이유범 강재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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