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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의 ‘깡’ 무슨 뜻? ‘장수과자’ 이야기

남형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04 18:41

수정 2014.11.06 19:50

슈퍼마켓에 가면 나란히 진열돼 있는 과자들. 그 중에서도 살아온 세월만큼 함께 사랑 받아 온 ‘장수과자’들은 단연 친숙해 절로 손길이 가게 마련이다. 초코파이, 새우깡 등 이름만 들어도 입에 침이 가득 고이게 하는 장수과자들 속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 140억개.. 62억 봉지.. 명실상부한 ‘국민과자’들

1974년 4월에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금까지 140억개 (2011년 1월 기준) 가량 팔렸다. 올해 팔린 양만해도 5억여개, 한 줄로 늘어 놓으면 지구를 25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전 국민이 1인당 먹은 개수만 해도 280개. 꾸준한 사랑 덕분에 2003년엔 단일품목 사상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1971년 12월에 출시된 농심 새우깡의 지금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62억 봉지(2010년 기준) 가량 된다. 이것을 일렬로 쌓아놓으면 에베레스트산(8848m) 16만2466여 개의 높이와 같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롯데제과의 대표적 인기 상품인 ‘빼빼로’도 1983년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35억갑 이상 팔렸다. 특히 빼빼로는 과자 모양과 닮았다 해서 11월 11일을 ‘빼빼로 데이’로 정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 새우깡은 왜 새우깡일까? 장수과자의 이름 이야기

▲ 시대별로 포장이 다른 장수과자 농심 새우깡. (출처: 농심 새우깡 홈페이지)

농심의 새우깡이라는 브랜드명은 개발 당시 농심 신춘호 회장이 지었다.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이라 부르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새우와 깡을 결합해 ‘새우깡’이라고 지은 것.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 이름 중 깡밥, 깡보리밥 등이 순박한 이미지로 가슴에 와닿았다. 새우깡 출시 이후에도 농심의 스낵제품에는 ‘깡’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감자깡’, ‘고구마깡’ 등의 제품을 출시했다.

맛동산의 원래 이름은 ‘맛또나’였다는 사실.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의 이름치고는 너무 부르기 불편하고 촌스러웠다. 때문에 판매 실적 저조로 시판 6개월 만에 브랜드를 접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해태제과는 즉시 ‘맛보다’의 문제점을 찾는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해 12월 ‘온갖 고소한 맛이 모여 있다’는 뜻의 ‘맛동산’으로 이름을 바꿔 재출시했다. 결국 부르기 좋고 리듬감 있는 맛동산은 장수 과자의 반열에 당당하게 그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 장수과자 중에서도 가장 ‘어르신’은?


가장 오래된 과자는 1945년 출시된 해태제과의 연양갱이다. 단팥을 묵으로 만든 전통 먹을거리 상품으로 소비자의 변함 없는 사랑을 받아 왔다. 한국전쟁 중에도 피난처인 부산으로 연양갱 솥과 보일러를 옮겨 생산했을 정도였다. 지난 65년간 한 번의 중단도 없이 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장수한 과자는 크라운 제과의 ‘크라운 산도’다. 1961년에 출시된 이후 50살을 맞은 크라운 산도는 현재까지도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산도가 샌드(sand)의 일본식 발음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기도 했지만 이미 친숙한 ‘산도’로 돌아가기도 했다.

3위는 농심의 새우깡으로 1971년 출시돼 40년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밖에 크라운 제과의 죠리퐁(1972년), 농심의 감자깡(1972년)과 고구마깡(1973년), 오리온 초코파이(1974년), 해태제과의 에이스(1974년) 등이 대표적인 장수과자들이다.

■ 새우깡이 옥수수깡이 될 뻔한 사연 ‘탄생비화’

농심의 새우깡은 자칫했으면 ‘옥수수깡’이 될 뻔 했다. 농심은 1970년대 초부터 스낵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옥수수를 할 것인지, 새우를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소비자 조사결과 단맛 보다는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더 오래도록 사랑 받을 수 있고 영양가 높은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다면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새우를 선택했다고 한다.

초코파이의 탄생도 우연히 시작됐다.

1973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오리온의 김용찬 과자개발팀장(90년 퇴사)은 출장길에 들른 한 호텔 카페에서 초콜릿을 입힌 과자를 먹어 보고 놀랐다. 국내에 돌아온 그는 개발을 시작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년여간 실험을 계속한 결과 딱딱한 비스킷이 마시멜로와 만나 촉촉해진 초코파이가 74년 탄생했다.


/humaned@fnnews.com 남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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