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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금융업 진출 가속화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8 16:06

수정 2014.10.28 06:14

세계최대 유통기업 월마트가 송금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금융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파격적인 수수료와 높은 접근성을 무기로 기존 송금업체들의 입지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는 이날 유럽 데이터통신업체 유로넷의 자회사 리아머니트랜스퍼와 협력해 미국 한정으로 점포간 송금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월마트-2-월마트'라고 이름 붙은 서비스는 이달 25일부터 시작되며 미국 내 4000여개의 월마트 점포를 통해 최대 900달러(약 93만원)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송금 수수료는 50달러 이하는 4.5달러, 900달러 이하는 9.5달러로 경쟁업체보다 절반가까이 저렴하다. 전문 송금업체 머니그램이나 웨스턴유니온을 이용할 경우 구간별 차이가 있지만 현금기준으로 900달러 송금 시 73~76달러께 내야한다.


WSJ는 이를 두고 월마트 정식 은행은 아니지만 점차 은행 영역에 발을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마트는 이미 2007년 은행 자격 인수경매에 참여했으나 의회와 금융권의 반발로 한 발짝 물러선 바 있다. 2012년 10월에는 아멕스 카드와 손잡고 월마트에서만 사용가능한 체크카드 서비스를 선보였고 현재는 수표 환금, 우편환, 세무대리업무까지 제공하는 중이다. 아직 예금이나 대출업무를 보진 않지만 이용고객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이 대부분인 만큼 서민 금융 서비스에 주력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조사기업 에이트 그룹의 론 셜빈 수석애널리스트는 "월마트의 송금 서비스는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데다 이미 가진 고객층이 넓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장치나 시장을 만드는데 큰돈이 들지 않는다"며 "다른 서비스들에 비해 훨씬 운영하기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월마트 발표 당일 머니그램과 웨스턴유니온의 주가는 각각 17.7%와 5%씩 떨어졌다. 특히 2001년부터 월마트 점포를 바탕으로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던 머니그램의 경우 타격이 심각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아직까지 수수료를 낮출 생각은 없지만 시장반응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WSJ는 월마트에서 송금할 수 있는 금액이 제한되어 있고 서비스 지역도 미국으로 한정된 만큼 고액이나 해외송금이 필요한 고객들을 끌어 모으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월마트는 금융당국과도 줄다리기를 해야 할 판이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은 2011년부터 월마트를 금융업체로 분류해 왔으며 돈세탁 창구로 이용될 가능성을 놓고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WSJ는 미 소비자금융보호국이 비 은행권 국제송금업체에 대한 감독을 주장해온 만큼 월마트에 대해서도 제재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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