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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제자립선언, 가능할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3 15:56

수정 2014.10.28 04:33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에 자력갱생으로 맞설 모양이다. 금융 및 산업 전반에 걸쳐 해외 의존도를 줄인다는 방침이나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하원 연설에서 서방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수입 비중을 줄이고 내부 역량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어려움이 닥치긴 했지만 현 상황은 오히려 국내 생산에 기반을 둔 자립경제를 만들 기회라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유럽과 무역창구를 열어두되 그들이 제재를 강화할 경우 국내 경제에 의존할 수 없다며 "결국에는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립경제를 위한 준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날 러시아 재무부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국채발행으로 20억 루불(약 583억달러)을 조달하겠다고 공지했다. 발행되는 국채는 두 종류이며 만기는 2019년 5월 및 2023년 8월까지, 액면가액은 각각 10억 루블씩이다. 공식 발행은 다음 달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러시아 10년물 국채금리는 9.19%에 수준이며 3주전 국채 발행보다 0.26%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BCS 파이낸셜그룹의 율리아 사파르코바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불리한 조건에도 국채발행을 강행하는 점에 대해 "지금은 이자를 고민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사실은 러시아 정부가 앞으로 다가올 시련에 대비해 돈을 빌려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경제계에서는 정부의 경제자립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컨설팅 기업 매크로어드바이저리의 파트너인 크리스 웨퍼는 "러시아가 국내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의도는 합리적이지만 그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은 24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협조융자를 갚기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과 협의중이다. 해외 19개 은행들이 차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금융문제를 내부적으로 소화해도 장기적으로 오래가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올해 러시아가 보유한 해외 부채 6240억 달러(약 648조원) 가운데 5500억 달러가 기업 및 은행이 빚진 금액이다. 웨퍼는 "이 많은 돈을 전부 국내에서 차환할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FT도 러시아가 일반 무역면에서 해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쉽사리 독자노선을 걷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9년 러시아가 40%의 식량과 절반 이상의 의약품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점을 두고 "수치스럽다"고 비난했으나 5년 뒤에도 여전히 비슷한 형편이다.
더불어 올해 1·4분기 러시아 고정자산 투자가 4%이상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국내 투자 증가도 점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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