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인님, 어디 계세요..”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남형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28 14:41

수정 2014.11.06 20:13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지나간 후 방사능 오염 피해가 지속되는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지역에 남겨진 동물들의 사진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28일 한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지역의 처참한 강아지들”이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아이디(woe****)를 사용하는 작성자는 “후쿠시마 원전 지역에서 동물 구호를 하고 있는 동물 보호 단체와 자원 봉사자의 블로그에서 담아왔다”고 사진의 출처를 밝혔다.

▲ 후쿠시마의 한 애견샵에 있던 동물 한 마리. 개인지, 토끼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 이 동물은 진흙과 함께 굳어버렸다. 철창에 몸이 낀 것으로 보아 빠져나가려고 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쓰나미 피해 지역에 있던 한 애견샵에서 발견된 동물들. 갑작스런 쓰나미에 주인은 동물들을 풀어줄 틈도 없이 2층으로 피난했다고 한다.
물은 이틀 간 150m 이상 차올랐고, 애견샵에 있던 동물 100여 마리는 물에 잠기거나 파도에 휩쓸려 갔다. 집채만한 파도 앞에서 주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 애견샵에서 겨우 살아남은 또 다른 강아지 한 마리. 주인을 기다리는 듯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쓰나미가 뭔지, 방사능 수치가 뭔지도 모르는 동물들은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20km 내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려 사람들은 마을을 모두 떠났다. 일본 오사카의 동물보호단체 ‘아크’의 오쿠다 씨는 “아무도 없는 마을에 개들만 돌아다니는 무서운 광경이었다”고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한 바 있다.

▲ 후쿠시마 원전 20km 이내 지역의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들어간 동물 구호 단체의 한 자원 봉사자.

버려진 동물들을 돕는 동물 구호단체의 자원 봉사자들은 방사능에 피폭될 위험도 감수하고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하고 있다. 인력도 부족한 데다 후쿠시마 현이 원전 반경 20km 이내 지역에 대해, 들어갈 경우 처벌을 부과하는 ‘경계 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해당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원전 주변에 최대한 자주 접근해 동물들을 구해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굶어 죽기 직전에 발견된 강아지(아래)와 안타깝게 굶어 죽은 강아지(위).

비공식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인구 10명당 1마리꼴로 애완견을, 13명당 1마리꼴로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 소·돼지·닭 등의 가축까지 합하면 원전 반경 20㎞ 내에 최소 십수만 마리의 동물이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피난민들의 구조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일본 당국에서도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없어 안타까운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 된다.

/humaned@fnnews.com 남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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