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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합병, 러시아 경제에는 재앙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16 12:31

수정 2014.10.29 03:27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크림지역을 합병하면 중·단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재앙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됐다.

16일(현지시간) 크림 자치공화국이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 들어간 가운데 CNN머니는 15일 미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 고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크림 귀속은 가뜩이나 취약해진 러시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서방 국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러시아가 크림 지역에서 군사활동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크림 자치공화국의 주민투표는 불법이라는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는 소련이 건재하던 시절 우크리아나와 '친선'을 강화하기 위해 크림 지역을 넘겼던 점을 강조하며 크림 지역 복속이 경제문제가 아니라 '역사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서방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다시 흡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크림 투표가 완료되면 이르면 17일부터 유럽과 미국의 경제제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 자산 동결 조처가 내려지고, 러시아도 그동안 주장했던 것처럼 그에 상응한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NN머니는 이 지역의 취약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경제제재가 러시아 기업이나 교역 전반이 아닌 개인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측이 제재와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서방과 러시아 모두 경제적 충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서방에는 단기적으로 소폭, 러시아에는 중기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일례로 EU의 러시아 수출 비중은 EU 역내총생산(GDP)의 1% 수준에 불과한 반면 러시아의 대 EU 수출규모는 GDP의 15%에 육박한다.

푸틴 대통령 경제보좌관인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현재 긴장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올해 제로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서방 은행들은 이미 러시아에 대한 신용제공을 중단했다.

러시아 시장은 휘청거리고 있다.

주가 지수가 올들어 20% 가까이 폭락했고, 루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사상최저치로 추락했다.

르네상스 캐피털에 따르면 1월과 2월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투자자금은 330억달러에 이르고, 이달말이면 규모가 550억달러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크림 지역의 복속되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가 지던 부담도 러시아가 고스란히 물려받아야 한다.

우드로 윌슨 센터의 야로슬라브 필린스키는 현재 크림 지역은 전체 예산의 70%, 수도 공급의 90%, 에너지와 식량 공급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에 기대고 있다면서 크림 복속으로 러시아가 크림 지역 주민들에게 이를 공급하는 것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토대의 헬레나 골라니는 크림 지역 기간시설 구축과 200만 주민을 위한 연금·사회보장 지원에 앞으로 5년간 연간 100억달러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유럽에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취약한 경제상황으로 인해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전망인데다 러시아가 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이다.

기업 6000개 이상이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일이 가장 크게 이같은 영향에 노출돼 있지만 독일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도 앞으로 1년간 기껏해야 0.1~0.2% 둔화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유럽 경제회복에는 타격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크림 지역이 있든 없든 막대한 금융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EU는 교역 규제완화를 포함해 앞으로 2년간 15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고, 미국은 10억달러 대출보증을, 세계은행은 30억달러 규모의 투자지원을 논의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구제금융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지난 4일부터 협상에 착수했고, 구조조정 프로그램 등 조건 협상을 위한 대표단이 21일까지 수도 키에프에 머물 예정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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