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12시)연쇄살인범 유영철 "검사님 담배 끊으세요"..후일담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8.04 09:24

수정 2014.11.06 07:52


“키가 크지 않은 유영철은 구두 뒤축에 키높이 보조뒷굽을 꽂고 부유층 주택가 범행현장에서 범행했다. 현장의 족적과 구두 보조뒷굽의 동일성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과는 달리 보강증거가 취약했던 부유층 연쇄살인사건에서는 매우 중요한 결정적 물증이었다”

유영철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건수 변호사는 4일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 8월호에서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추억(?)’이라는 글을 통해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 변호사는 “유영철은 부유층 주택 사건현장을 지목해 달라는 경찰 요청에 따라 현장으로 향하는 승합차 안에서 기침을 하는 척하며 허리를 숙여 손톱으로 보조뒷굽을 뽑아 의자 밑에 꽂아 놓았던 것이다. 뽑아 낼 때 손톱에서 피가 나왔다고 한다”고 회고했다.

“유영철은 왜 경찰에서는 결정적 증거 존재에 관해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경찰의 강도높은 수사에 지쳐 미처 생각나지 않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경찰·검찰에서 일단 자백을 했다가 재판단계에서 부인하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일까, 속마음은 지금도 알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함께 이 변호사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 내가 피의자신문 내내 수없이 담배를 물어 피우자 유영철은 ‘담배를 끊으세요, 어쩌면 나보다 검사님이 먼저 죽을 수도 있어요’라고 농담을 건넸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경찰이 한말이 떠올랐다. 유영철은 전체 사건 중 일부만 자백하고 사형집행이 임박했을 때 한건씩 자백하는 방법으로 삶을 연장해 나가려고 한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폐암에 걸린 나보다는 유영철이 더 오래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작년에 개봉된 추격자라는 영화에서 다소 신경질적인 모습의 검사가 기동수사대에서 기동수사대장을 다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기동수사대장에게 수사지휘한 것이 모티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아무리 각색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당사자인 나로서는 다소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글 말미에 이 변호사는 “검사직을 사직한 후 최관수 검사가 유영철을 면회갔을 때 법무부장관의 형집행장을 갖고 오면 여죄를 털어놓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빨리 죽고 싶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여죄가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어느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yccho@fnnews.com조용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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