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기독교 장기·재산기증협회 회장 박지태 목사 “사랑은 나눔입니다”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9.08 17:19

수정 2010.09.08 17:19

기독교 장기·재산기증협회 회장 박지태 목사(70)는 ‘비우며 사는 사람’이다. 수중에 돈이든 뭐든 들어오는 대로 족족 나눠주는 일을 사명이라 여긴다. 박 목사의 ‘나눔 행보’는 사실 오래됐다. 한때 견실한 사업체의 임원으로 지내며 큰 돈을 벌었던 박 목사는 1980년대 초반 서울 강남땅 1662㎡(500평)를 비롯, 전 재산을 정리하면서 십일조로만 350만원을 내기도 했다. 30년 전 당시 그 돈은 서울 변두리 40평짜리 집을 살 만한 액수였다. 장로였던 박 목사의 십일조 350만원은 다니던 교회의 장학사업 밑천으로 쓰였다.


목회의 길로 들어선건 1980년대 후반이다. 뜻밖의 교통사고 후 깨달음을 얻은 뒤였다. 1987년 서울 태릉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1994년쯤엔 세례 교인 수만 120명으로 불어났다. 이 무렵 박 목사는 교인 K씨의 딱한 사연을 접한다. 심부전증을 앓고 있던 K씨는 신장 이식이 절박했다. 신장 기증을 결심한 박 목사는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K씨와 맞지 않았다. 하지만 박 목사는 구세군 교회 성도에게 신장을 이식해줬고 교인 K씨는 구세군의 도움으로 신장을 기증받아 회생했다.

개척한 교회의 제2 부흥을 위해 교회 부지를 새로 마련하던 시기도 이 즈음이다. 서울 수서지구에 부지 892㎡(270평)를 구입하고 장로 L씨에게 교회 재건 관련 일체를 맡겼다. 하지만 기공 예배까지 드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믿었던 장로 L씨가 3억5000만원에 부지를 통째로 팔고 잠적했다는 것이다. 교회는 공중분해됐고 교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박 목사는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었다. 교회 건축을 위해 개인적으로 교인들에게 빌린 2000만원을 갚아야 했다.

서울 상계동에 보증금 500만원짜리 지하 셋방으로 집을 옮겼다. 박 목사는 밤마다 야간 택시 운전사로 나섰고 아내는 파출부 일을 하며 생계를 도왔다. 그러길 3년, 2000만원 빚은 이자까지 합쳐 모두 갚아졌다. 자녀 둘도 결혼시켰다. 그토록 원망스럽던 교회 장로는 3년이 지나자 용서가 됐다. “어느 날 택시를 몰며 설교 테이프를 듣는데 로마서 12장 21절이 나오더라고요. 원수를 사랑하라,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이었어요.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어요. 차를 세우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 나를 연단하시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중에 우연히 그 장로를 만났는데 따뜻하게 손을 잡아줬습니다.”

1997년 박 목사가 빈손으로 다시 시작한 건 장기기증운동이다. 신용 대출로 3000만원을 빌려 보증금 1700만원짜리 사무실에서 국제종합기증센터를 꾸렸다. 당시 받았던 대출금 3000만원은 지난해 말 모두 갚아 올해 비로소 빚 없는 협회가 됐다며 박 목사는 웃는다. 2000년부터 재산기증운동을 추가로 시작했고, 2004년 지금의 협회 명칭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8년엔 장기이식 환자 수술비 지원을 위한 ‘사랑의 은행’을 설립했다.

박 목사가 지난 13년간 벌여운 장기재산기증운동은 한국 사회의 기부문화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평을 받는다. 지금까지 협회를 통해 장기기증을 등록한 사람만 15만명, 신장 기증 수술을 한 사람은 130명이 넘는다. 재산 기증을 약속한 이들은 1300여명, 재산 기증액은 310억원에 달한다. 조직은 날로 튼실해져 전국에 20개 지부, 미국 등 해외에 3개 지회를 두고 있다.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의아해하는 반응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장기와 재산을 기증하겠다는 선한 이웃들이 매주 나오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이보다 값진 일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는 결국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거잖아요. 앞으로 한국 교회가 좀 더 섬김과 나눔에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박 목사는 장기이식 수술비 지원 후원사업으로 택한 ‘황금배아미’ 보급에도 적극적이다.
‘황금배아미’ 판매액의 3%는 ‘사랑의 은행’을 통해 빈곤층 수술비로 사용하고 15%는 대리점 교회들에 선교비로 헌금한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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