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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학생들 창문 붙잡고 살려달라 소리쳐”

뉴스1

입력 2014.04.17 16:59

수정 2014.10.28 06:40

[진도 여객선 침몰]“학생들 창문 붙잡고 살려달라 소리쳐”


[진도 여객선 침몰]“학생들 창문 붙잡고 살려달라 소리쳐”


침몰한 세월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여섯 살 권모양. 부모와 떨어져 홀로 배에 남아 있던 권양을 구한 건 해군, 해경, 승무원도 아닌 ‘세월호’ 승객들이었다.

세월호에 탔다 사고를 당한 트럭운전 기사 김동수(49·제주)씨도 당시 권양을 구조하는 데 힘을 보탰다.

17일 제주에 도착한 김씨는 제주시 건입동 한국해운조합 제주지부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김씨가 처음 ‘사고’를 직감한 건 16일 오전 8시30분쯤. 김씨를 포함해 개별화물협회에 소속된 트럭운전자 20여명은 3층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 배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배는 이미 20도 가량 기울었지만 선내에서는 ‘기다리라’는 방송만 흘러나왔다. 김씨 등 트럭운전사들은 배가 40도 가량 기울자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객실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분 뒤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굉음에 놀라 밖을 쳐다보니 배에 실린 컨테이너들이 바다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후 상황은 더 급박하게 돌아갔다. 선실로 서서히 차오르던 바닷물이 갑자기 솟구치더니 급기야 배가 90도로 꺾였다고 김씨는 증언했다.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은 창문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난간을 붙잡고 겨우 몸을 가누던 김씨는 눈에 보이는 호스와 밧줄 닥치는 대로 잡아 학생들에게 던졌다.

김씨는 “여객선 대합실 창문에서 학생들이 유리창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면서 “학생들을 더 많이 구하고 싶었는데 배가 많이 기울어서 (구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배에 남아있던 권양을 구조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김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워낙 경황이 없어 자세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차오른 물에 허우적거리던 권양을 끌어올려 사람들에게 인계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다른 승객들의 도움으로 권양은 무사히 구조돼 목포 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권양 가족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이 안 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 돌아온 김씨는 이날 가족들과 재회했다.

김씨의 부인 김형숙씨(46)는 “사고 소식을 듣고 TV를 보고 있는데 여객선에서 한 남성이 학생들을 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며 “한눈에 내 남편임을 알고 안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남편은 평소 의협심이 남달랐다”며 “남편은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이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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