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실종자가족 ‘정신·육체적 한계’에…또다른 비극 막아야

뉴스1

입력 2014.04.19 21:28

수정 2014.10.28 05:58

실종자가족 ‘정신·육체적 한계’에…또다른 비극 막아야


실종자가족 ‘정신·육체적 한계’에…또다른 비극 막아야


#. 19일 오후 2시40분쯤 전남 목포 한국병원 응급실로 40대 남성이 이송됐다. 1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A(49)씨 였다. A씨는 사고 현장 부근을 배를 타고 둘러보다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진단 결과 A씨는 우측 전신 마비(뇌경색)로 판명됐다.

#. 심명석(55)씨는 말기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실종된 자녀를 찾기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는 “건강이 문제가 아니라 자식이 죽는데 내가 죽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차려진 상황실에서 아들이 살아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지 80시간이 지났다. 실종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육체적 한계’에 부딪히는 시점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실종자 가족들이 안 자고, 안 먹으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현장의 의료진들은 “가족들 건강이 위험한 상태”라며 우려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는 19일 현재 실종자 가족 700여명이 생존자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날 체육관에서 만난 단원고 김모(18)군 큰어머니는 “아이 엄마는 사고 당일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실신할 지경”이라며 “조카가 실종됐다는 말에 손발이 후들후들 거렸는데 부모 심정은 오죽하겠냐”며 한숨 쉬었다.

사건 발생 뒤 잠은 어느정도 잤느냐는 질문에 단원고 정모(18)양 어머니는 “내 딸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물속에 있는데 어떻게 아버지가 돼서 잘 먹고 잘 잘 수 있겠냐”며 가슴을 치며 울음을 터트렸다.

지켜보던 정양 아버지도 “여기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구급차가 와 실신한 가족들이 몇 번이고 실려 가는 곳”이라며 “실종자 가족 중 뇌졸중 증상을 보인다는 가족들도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과 가까운 해역인 진도 팽목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곳에서 만난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는 “아이들이 저 바다에서 계속 울고 있는데 정부는 가족들이 지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집사람도 나도 밥을 먹고 텐트에서 자고 있지만 제대로 견디기 힘들다”며 “실종자 가족들도 처음과 달리 생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점점 잃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가족들의 건강상태에 우려를 나타내며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환’해 돌아올 가족을 건강한 모습으로 맞으려면 실종자 가족 스스로도 건강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재광 목포 한국병원 원장은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시는 분들도 위급한 상황이지만 보호자들도 건강 등이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유 원장은 “세월호보다 6배나 작은 천안함을 인양하는데도 20일이나 걸렸는데 세월호 인양작업은 더 길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보호자들이 의료적으로 더 크게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병원 측에서도 보건 진료소나 잠자리 등을 개선·확대하는 등 실종자 가족들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목포=뉴스1) 박현우·성도현·한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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