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홧김에 ‘감치’ 외쳤다 취소한 부장판사(종합)

뉴스1

입력 2014.04.20 11:13

수정 2014.10.28 05:54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 재판장이 감정 신청을 놓고 변호인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홧김에 감치재판을 결정했다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재판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재판장이 변호사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감치재판하겠다” 등 경솔한 발언을 한 것은 소송지휘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법원 등에 따르면 A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오전 열린 자동차 누수 문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서 소비자 측 대리인에 자동차 감정 신청을 권유했다.

하지만 대리인은 앞서 제출한 20여개 증거자료 검토와 누수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 검증을 먼저 진행한 뒤에 자동차 감정 신청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면서 대리인은 “변론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며 “그렇게 재판하면 안됩니다”라고 하자 재판장은 “사과하지 않으면 감치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인이 물러서지 않자 재판장은 15일 오후 4시에 감치재판을 열기로 했지만 대한변협, 서울변회 등 변호사단체 관계자 5명이 나서자 감치재판을 취소하는 등 스스로 물러섰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폭언, 소란 등 행위로 법원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현저하게 훼손할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 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변론권 침해를 주장하는 대리인에게 감치재판을 하겠다고 하다가 돌연 취소한데 대해 A판사의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변호인의 변론권도 중요하지만 재판장의 소송지휘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며 “법조인끼리 지켜야 할 윤리행동이 어긋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재판이 끝난 후에도 변론재개를 요구하며 법정을 떠나지 않은 유모 변호사에 대해 감치재판을 열고 과태료 3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유 변호사는 재판부가 두번째 변론기일에서 곧바로 선고기일을 잡자 “하루 전 제출한 사실조회 서류 등이 있다”며 “재판을 한번 더 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서류 제출이 너무 늦었다”며 변론종결을 선언했고 유 변호사가 변론재개를 요구하며 재판정 밖으로 나가지 않자 결국 감치재판을 통해 과태료 3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대한변협은 “법관이 변호사의 변론권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은 당사자의 변호인으로부터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제한하는 것”이라며 “변호사의 퇴장명령 불응이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며 법원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한 변호사는 “재판장은 여러 사건을 진행하다보니 짜증나고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냐”면서 “갑(甲)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판사들이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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