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부부여행 중 홀로 살아남은 남편의 절규

뉴스1

입력 2014.04.23 19:55

수정 2014.10.28 04:24

“큰 마음 먹고 떠난 부부여행 중이었는데…여보 돌아와줘”

중년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어렵게 떠난 부부여행이었다. 그게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여행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8일째를 맞은 23일 전남 목포 한국병원에 입원 중인 장모(50)씨는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은 아내 생각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부부를 바다와 육지로 갈라놓은 사고가 난 16일 오전 장씨는 잠에서 일찍 깨 세월호 4층에 머무르고 있었다. 아내는 부부여행을 마치고 지쳐 3층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제주도에 거주하며 음식점을 운영하는 장씨 부부가 목포, 해남, 전주, 속초 등지의 부부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하룻밤이 흐른 평온한 순간이었다.


“쿠르릉” 하는 큰 소리와 함께 갑자기 배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어딘가에 부딪혀 옆구리를 심하게 다친 장씨는 “움직이지 마라” “객실에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아수라장에서 간신히 버텼다.

늑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지만 3층 아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겹게 아내가 있는 객실로 향하려는 찰나에 배가 급격히 기울었다. 그 후로 아내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당시에는 생각치 못했다.

장씨는 다행히 해경에 의해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에 잠을 잘수도, 먹을 수도, 치료에 전념할 수도 없다.

생사의 순간에 아내를 배안에 두고 왔다는 생각이 그를 억누르고 있다. 그리움와 슬픔에 지쳐 잠깐 잠에 들었다가도 부인생각과 사고 당시가 떠올라 금세 깬다.

사고 당일부터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을 찾고 있지만 아직 아내를 찾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신원미상’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아내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수시로 체육관을 찾는다.


사고 후 하루, 이틀까지는 큰 배 내부 어딘가에 아내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흘째에 접어들자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이젠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게 아내의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았으면’하고 매일 간절히 기도한다.

(목포=뉴스1) 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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