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유언비어 정부와 언론이 자초해” (종합)

뉴스1

입력 2014.04.23 23:12

수정 2014.10.28 04:23

“세월호 유언비어 정부와 언론이 자초해” (종합)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를 맞은 23일 경찰의 엄정 대응 방침에도 사고 관련 유언비어가 끊이지 않고 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경찰청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악성 게시물 87건을 적발해 56건을 내사 중에 있으며 15명을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악성 게시물 중 허위사실 유포, 즉 유언비어에 해당하는 것은 총 55건이었다.

이 중 ‘정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총 29건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홍가혜(26)씨는 지난 18일 한 종편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배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정부 관계자가 잠수하지 못하게 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또 22일 검거된 김모(31)씨는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 2대를 이용해 “배 안에 시신이 말도 못하게 많으나 정부 관계자가 방해해 시신 수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대화를 자문자답한 뒤 사진으로 찍어 퍼뜨렸다.


그 밖에도 ‘세월호, 미군 잠수함과 충돌설’, ‘한미연합해상훈련으로 인한 세월호 항로 변경설’ 등 대부분 유언비어는 정부 발표를 불신하는 소위 ‘음모론’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실종자 등을 사칭해 구조요청의 글을 퍼뜨린 경우는 7건이 적발됐다.

김모씨는 17일 침몰사고 실종자를 사칭하여 “지금 저희 식당 옆 객실에 6명 있어요. ~ 제발 빨리 구조해주세요”라는 허위 내용을 작성해 SNS에 유포했다.

3건은 희생자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중에 ‘선동꾼’이 있어 정부 불신을 조장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었다.

A씨는 한 여성이 등장하는 ‘밀양송전탑’ 시위 사진과 구조대책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사진을 연이어 올리며 해당 학부모가 ‘간첩 선동꾼’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은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문의 확산은 진위 여부와 무관…나쁜 소문일수록 빨리 퍼져

경찰청은 지난 18일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세월호 사고나 구조작업과 관련한 유언비어를 올리고 배포할 경우 법에 따라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에도 유언비어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세월호 침몰사고에 관한 유언비어가 끊임없이 생성·유포되는 것에 대해 “소문은 그것이 확실한 정보인지 확실하지 않은 정보인지와 관계 없이 나쁜 소문일수록 더 빨리 확산된다”고 말했다.

정보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위협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정보를 빠르게 남들에게 전파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인간이 습득한 본성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는 사람들의 감정선에 큰 충격을 주는 사고였다”면서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라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사고를 바라보게 돼 나쁜 소문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유언비어 확산에 한몫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유언비어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정부가 초기 대응부터 무능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사고 이후 탑승 승객수와 실종자 및 사망자 명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에 비해 세월호 침몰 사고현장의 구조작업은 지지부진했고 이에 대한 충분한 해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정부가 발표나 의사소통과정에서 신뢰하기 힘든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면서 “정보를 가지지 못한 쪽에서 의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월드밸류서베이 등 국제적 연구 결과들을 보면 평소에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상당히 낮았다”면서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 불신으로 SNS와 인터넷 이용 증가…유언비어에 노출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언비어 양산이 정부에 더해 언론도 제 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민들이 정부와 언론을 불신해 인터넷과 SNS 등 ‘소셜미디어’로 넘어가 정보를 얻으려 한다”면서 “그 공간에서 유언비어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스미디어가 속보에 치중한 나머지 ‘단원고등학교 학생 전원 구조’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결정적 오보를 해 신뢰를 잃어 그 ‘경쟁자’인 소셜미디어에 수용자를 빼앗겨 버렸다는 설명이다.

그는 SNS와 인터넷 공간이 유언비어가 양산되기 적절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SNS와 인터넷은 수용자들이 개별적인 검색을 통해 참여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쉽지만 제대로된 검증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SNS 등 인터넷 공간에는 정보가 너무 많아 일종의 카오스 상태가 형성된다”면서 “정보에 대한 종합적 판단보다는 ‘나는 이것만 믿겠다’는 식의 극단적 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이런 종류의 유언비어를 막기 위해서는 언론이 ‘사회통합적 기능’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속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사회가 분열되지 않도록 통합하는 기능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속보를 위해 혹은 자기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정부를 비판 혹은 옹호하려는 목적으로 이번 사고를 취재한다면 그것은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을 회사를 위해 이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으론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이 주로 청소년들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세대 갈등 및 계층간 분열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언론이 사회통합적 기능을 회복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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