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찬 바다에서 돌아온 딸…하루 더 차게 재우는구나”

뉴스1

입력 2014.04.24 00:51

수정 2014.10.28 04:22

“찬 바다에서 돌아온 딸…하루 더 차게 재우는구나”


“찬 바다에서 돌아온 딸…하루 더 차게 재우는구나”


어머니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154번째로 발견된 희생자 여학생이 유니클로 후드 집업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의 발표를 눈 앞에서 들었다. “어쩌면 좋아. 우리 아이인 것 같아….”

어머니는 금새 울상이 됐지만 이어지는 대책본부 관계자의 설명에 한가닥 희망을 잡았다. 관계자는 희생자가 목에 건 목걸이에 적힌 이니셜이 ‘KIMYUN’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 목걸이는 그게 아니야. 우리 애가 아닐 수도 있어.”

23일 저녁 7시40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A씨(여)는 방금 발견된 희생자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절부절했다. 그의 뒤로 실종자 가족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발걸음이 뜸했던 사망자 현황 게시판 앞에는 어느새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아직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과 딸의 소식을 알고 싶다는 간절함이 그들의 표정에 새겨져 있었다. 누군가는 내 아들인 것 같다고 깊게 탄식했고, 누군가는 내 아이가 아니라며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저녁 8시30분 A씨는 시신 안치소 앞 가족 대기실에서 멍하게 앉아있었다. 조금 전에 들은 154번 희생자가 자신의 딸인지 확인하는 자리가 예정돼 있었다. 남편 B씨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며 덤덤하게 달랬다. 부부는 서로 손을 잡고 의지한 채 안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딸인지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였다. 부부가 안치소에 들어간 직후 울음소리가 밖까지 크게 새어나왔다. “말도 안돼. 내 딸. 하나밖에 없는 내 딸. 얼른 일어나야지. 엄마는 어떡하라고.” 안치실 옆에서 서성이던 다른 실종자 가족들의 눈시울이 동시에 붉어졌다.

안치실을 나온 부부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됐다. 대기실에서 아내를 달래주던 B씨도 고개를 떨궜다. 다리에 힘이 풀린 어머니는 텐트 옆 플라스틱 의자에 몸을 털썩 던졌다. 앞에 있던 구급 자원봉사자를 부여잡고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우리 딸. 같이 집에 가야 하는데 어쩌니….”

아버지 B씨는 대책본부 측과 딸을 데려가기 위한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 딸 맞아. 확실해. 그러니까 DNA 검사는 필요없어.” 대책본부 관계자가 난색을 표하자 아버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걸 결정할 수 있는 책임자 데려와. 우리 딸 집에 데려가야 해.” 돌아온 답은 불가능이었다.

대책본부 측은 시신이 바뀔 수가 있으니 육안으로 확인 후 바로 인계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 만큼 부모와의 DNA 검사를 거쳐 확실하게 신원이 확인된 후 인계하겠다는 것이다.

A씨는 울음에 지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이 너무 똑같아요. 그냥 딱 봐도 내 딸이예요. 그냥 자고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 B씨는 “애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똑바로 하면 애들이 왜 바뀌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부는 아이를 데려가지 못했다. 24일 0시30분 현재 대책본부 사망자 현황 게시판에 적힌 숨진 여학생은 부부의 딸 김모 여학생이 아니라 아직 ‘신원미상’이다.
23일 찬 바다에서 건져진 154번 희생자는 차가운 시신 안치소에서 하루 밤을 더 보낼 예정이다.

(진도=뉴스1) 문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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