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14) 밀수자 칼부림에 맞서고..“목숨 내놓고 일해요”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9 17:19

수정 2014.10.28 13:25

"파도를 잘 타야 합니다. 배가 떠오를 때 사다리에 얼른 매달려야 합니다"

부산항 외항에 정박 중인 화물선으로 점검을 나가는 세관공무원을 따라나서자 세관감시선을 운항하는 최모 주임(49)은 기자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감시선에서 화물선으로 옮겨탈 때 화물선 측에서 내려주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적지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칫 때를 못 맞추면 사다리를 타지 못할 뿐 아니라 바다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걱정이었다.

실제로 초임 세관공무원들이 별다른 주의없이 사다리를 잡았다가 바다에 빠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베테랑 직원들도 주의를 하지 않으면 추락하는 것은 물론 다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단단히 줬다.


검색을 위해 배에 올라가서도 부상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여객선이 아니라 화물선인 만큼 곳곳에 조심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곳곳에 맨홀 같은 구멍과 통로가 나있어서 자칫 추락할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배의 구조상 문턱 같은 곳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배관은 조금만 방심해도 머리를 부딪히기 일쑤였다.

"배는 두꺼운 철강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조금만 부딪혀도 크게 다칩니다. 몇 바늘 꿰매는 것은 상처로 치지도 않아요"

다치는 것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부산세관 소속의 한 밀수감시원은 가스운반선을 점검하러 나갔다가 탱크 속에 갇히기도 했다. 그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고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

동료들도 그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고 6시간이 지나서야 그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6시간 만에 구출된 그는 한동안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다. 다행히 비어 있는 곳이어서 호흡이 곤란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6시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고 지금도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단속 나갈 때마다 만나는 선원들 중에도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부산세관 조사계 소속 장모 계장은 몇 년 전 밀수현장을 적발하러 갔다가 피의자가 휘두르는 칼에 찔릴 뻔했다.

술에 취한 그는 거액을 들여 시도한 밀수가 적발되자 '다 죽여버리겠다'며 칼을 든 채 장 계장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다른 직원들이 뒤를 덮쳐 제압하는 바람에 위험한 순간을 넘겼지만 아찔한 기억은 아직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칼을 휘두른 그 선원을 처벌하지는 않았다. 현행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만 장 계장이 고소고발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자 장 계장은 "술에 취했을 뿐 깨고 나면 정말 착한 사람들이에요"라고 자신의 생명을 위협한 사람을 용서한 이유를 담담히 밝혔다. 장용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