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객선 침몰] “형, 배가 부딪혀 안움직여” 절박한 대화 뒤 배 뒤집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6 17:54

수정 2014.10.28 07:14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세월호 출항 전 사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세월호 출항 전 사진.

16일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총 462명이 승선한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당시 짙은 안개 때문에 사고 여객선이 예정보다 2시간30분 늦은 15일 오후 9시에 출항한 것으로 알려져 사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오후 8시22분께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이 세월호에 탑승하기 전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과 사진이 올라와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작성자인 학생은 '수학여행 못 가고 있네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배가 출발해야 하는데 2시간째 대기 중이네요. 아 피곤해"라는 내용과 함께 사고 배인 세월호를 비롯해 이 배를 타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을 촬영해 올렸다. 사진 속에서는 출항이 지연되고 있는 세월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학생은 "제주도 가시나요?"라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사고 배에 탑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침 15일은 이 학생의 생일이었다.

학생은 앞서 '오늘이 제 생일이네요'라는 제목으로 "생일은 그냥 넘어가는 편인데 하필 수학여행을 가네요. 저도 이제 민증(주민등록증) 나오겠네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의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해당 게시물에 500여개의 댓글을 남기며 모두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학생, 꼭 돌아와요. 무사하다는 글 남겨줘요" "소름 돋네요. 오늘 아침에 등교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게시글이었는데 부디 제발 무사하시길" "같은 지역의 학생이라 마음이 더 짠하네요. 무사히 돌아오길 바랍니다" 등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글을 올리고 있지만 이 학생의 무사귀환을 알리는 답글은 아직까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아울러 여객선 '세월호'에 타고 있던 한 탑승객이 16일 오전 9시23분께 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15일 오후 인천발 제주행 여객선에 탑승한 이 남성은 16일 오전 지인에게 "형, 지금 배 타고 제주도 가고 있었는데 배가 뭔가에 부딪혀서 배가 안 움직이고 수상구조대인가 뭔가 오고 있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를 받은 남성은 "크게 박살났어?"라고 묻자 탑승객은 "그건 내가 실내에 있어서 모르겠는데 데이터도 잘 안 터져. 근데 지금 막 해경왔대"라고 답했다.

이어 탑승객의 지인은 "그래 구조대 오면 금방 오니까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없고 천천히 정신차리고 하라는 대로만 해"라며 "시키는 대로만 빨리 움직이면 된다.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해. 형한테"라고 전해 당시 상황의 절박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안개 때문에 예정시간보다 늦게 출발한 세월호가 귀항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항로를 변경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해경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고 지점은 선박들이 운항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항로"라며 세월호도 같은 이유로 해당 항로로 운항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는 권고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추측될 뿐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구조된 승객들은 침몰 전 "꽝"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하면서 세월호가 암초에 부딪혔을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국립해양조사원은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해역지점 주변에 뚜렷한 암초는 없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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