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여객선 침몰] “내 아들 살려달라”.. 산자도 죽은자도 말 없는 통곡의 시간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7 17:33

수정 2014.10.28 06:37

【 안산(경기)=장충식 기자】 "제발 우리 아들 좀 살려주시오. 우리 아들이 이 안에 들어갔는데 나올 생각을 안해."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9시45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여객선이 침몰하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명의 시신이 고려대 안산병원에 도착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정차웅, 권오천, 임경빈군은 생전 밝은 모습과 달리 3대의 구급차에 나뉘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장례식장으로 들어왔다.

구급차 문이 열리고 간이침대에 실려 안치실로 들어가는 아들을 보던 임군의 아버지는 "내 아들 좀 살려달라"며 "내가 그렇게 나오라고 말했는데 말을 안 듣는다"고 말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어린 여동생도 오빠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오빠"를 울부짖었고, 숨진 학생의 부모들은 죽은 아이들을 붙잡은 채 놓지 않으려 했다.

장례식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선·후배들은 유가족들과 함께 울었고,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은 커다란 슬픔에 잠긴 채 유가족들의 통곡소리가 건물 외부까지 전해졌다.

유가족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흥분 상태로 인해 지인들 이외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으며 언론의 출입도 제한했다.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 등이 유가족들과 합동분향소 설치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해 쉽지 않다.

특히 고려대 안산병원의 경우 장소가 협소해 합동분향소 설치가 어려워 공간이 큰 제3의 장소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망한 친구들이 장례식장으로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구조된 학생들과 선·후배, 지인들이 잇따라 친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에 따라 유가족들은 분향소는 차리지 않겠다는 당초 계획을 바꾸어 오후 4시께 장례식장 지하 1층에 권오천(102호), 지상 2층에 임경빈(201호), 정차웅군(202호)의 분향소를 각각 마련하고, 조문객을 받았다.

분향소를 찾은 선·후배들은 분향소에 놓인 친구의 영정사진 앞에서 목놓아 울었고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단원고 1학년 조모군은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선배가 병원에 도착했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사진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 참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구조돼 생명을 건진 친구들은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의 마지막 모습에 미안함을 느끼며 쉽게 장례식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려대 안산병원에는 지난 16일 저녁부터 입원한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구조자 72명이 도착해 치료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70명이 입원 조치를 받았다.

구조된 학생들도 밤새 잠을 자지 못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멍한 상태를 겪는 등 힘겨운 상황이었다. 차상훈 고려대 안산병원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갖고 "환자 모두 사고 스트레스로 흥분되고 멍한 상태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 원장은 "코와 골반에 골절상을 입은 2명을 제외하고 경미한 타박상뿐 심각한 외상은 없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입원한 학생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심리적 치료와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한 만큼 부모와 협의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숨진 임군의 외삼촌이라고 밝힌 유가족은 정부와 관계기관의 미흡한 대처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 유가족은 "우리 아이가 어떻게 발견됐는지, 어떤 상태였는지 가족들은 가슴이 타들어 갔지만 누구 하나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죽은 아이를 안산으로 옮기는 데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려대)병원에 도착했지만 준비돼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지칠대로 지친 유가족들은 지금도 쉬지 못하고 있다"며 "어제는 오락가락하는 발표로 유가족을 네 번이나 죽이더니 이제는 부모까지 죽게 생겼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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