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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참사] 배 침몰 신고 학생에게 “위도·경도는요?”..답답한 해경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2 17:46

수정 2014.10.28 04:54

[여객선 침몰참사] 배 침몰 신고 학생에게 “위도·경도는요?”..답답한 해경

목포해경 "여보세요. 여기 목포해경 상황실입니다. 지금 침몰 중이라는데 배 위치 말해주세요. 배 위치, 지금 배가 어디 있습니까?"

여객선 탑승 학생 "위치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 이곳…."

해경 "위치를 모르신다고요? 거기 GPS 경·위도 안 나오나요. 경도하고 위도"

학생 "여기 섬이 이렇게 보이긴 하는데"

해경 "네?"

학생 "(경도하고 위도) 그걸 잘 모르겠어요."
【 진도(전남)=권병석 기자】 이 내용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이 시작된 지난 16일 오전 8시54분38초부터 8시56분57초 사이에 목포해양경찰과 여객선 탑승 단원고 학생 간의 통화내용 일부다.

최초 신고자와 소방본부, 해경이 위기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출동시간이 최대 3분 가까이 늦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핵심적인 신고 내용은 파악하지 못한 채 상식에 벗어난 대화로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다. 사고 당시 허둥대느라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은 선장과 선원들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배가 침몰하는 것을 알아챈 한 학생이 이날 오전 8시52분32초에 전남 119상황실에 "살려주세요. 여기 배인데 배가 침몰하는 것 같다"고 긴급상황을 알렸다. 이 학생은 목적지인 제주도를 말하고 선박의 이름도 세월호라고 전했다. 119는 곧바로 해경 상황실로 연락했다. 이 시각이 8시54분7초다. 이어 119는 해경에 전화를 해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간략히 전한 뒤 8시54분38초에 신고 학생, 119, 해경 상황실 간 3자 통화를 했다.

해경은 3자 통화가 시작되자 신고 학생을 상대로 다시 위치 파악에 나섰다. 해경은 신고자를 선원으로 착각하고 "위도·경도를 말해 주세요"라고 물었다. 이때 119는 "경·위도는 아니고요. (신고자는) 탑승하신 분"이라며 끼어들었다.

해경은 계속 배 위치를 묻고 "GPS에 경·위도가 안 나오느냐"며 경·위도만 물었다. 영문을 모르는 학생은 당황했다. 약 1분의 시간이 더 흐른 뒤 해경은 마침내 배 이름과 종류 등을 물은 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미 최초 신고 시간에서 4분여가 흐른 뒤였다. 이후 해경은 오전 9시30분 세월호 승객 구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37분28초' 만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경상황실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배 이름만 대면 배 위치를 금방 알 수 있는데도 선원도 아닌 학생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물었다. 또 119는 신고 학생과 통화하면서 진도 서거차도 부근에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사고 내용을 일부 파악했지만 이를 해경 측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따라서 해경과 119가 조금만 침착하게 대응했더라면 핵심 내용만 간추려 파악한 뒤 출동시간을 3분여는 충분히 단축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신고를 받고 우왕좌왕하는 시간에도 배는 서서히 기울며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침몰 후 구조까지 가장 중요하다는 11분간의 골든 타임 중 수분이 아쉽게 흘러가는 순간이었다.


목포해경은 "신고 접수 당시 통화 음질이 좋지 못한 상태였고 침몰 사고의 경우 신고자는 통상 항해사, 기관사 등 선원인 경우가 많아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경·위도를 묻게 됐다"고 해명했다.

bsk73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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