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대자보 철거, 정치색 있는 글 안돼.. 실종자 가족 항의

김주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3 08:09

수정 2014.10.28 04:47

세월호 대자보
세월호 대자보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 여대생의 대자보가 가족의 항의 등으로 철거됐다.

22일 진도실내체육관 정문에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로 시작하는 3장짜리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 첫째 장에는 "재난사고 어쩔 수 없었다. 아는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돈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지위가 높으신 분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세월호는 소시민의 거울상이다. 책임을 다한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결국에 이기적인 것들은 살아남았다"며 무책임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둘째 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묻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달린 직업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맞느냐고 먼저 묻고 싶다"로 시작했다.

또 "몇백 명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직업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사회를 만든 우리가, 1년 계약직 선장에게 책임에 대해 묻는 것은 책임 전가는 아닌지"라며 의문을 던졌다.

마지막 장에선 "'세월'따위로 이 많은 사람 보내려니 마음이 아려온다. 또 내가 참담한 '세월'을 몇십년 더 보내려니 착잡한 마음이 끝까지 올라온다. 더 이상의 인명피해 없이 무사귀환 간절히 바랍니다"고 적혀 있다.

이 대자보는 스무 살의 여성 자원봉사자가 쓴 것으로 실종 고교생 친누나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글쓴이는 팽목항에도 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 등장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SNS에선 그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자원봉사자의 지적이 옳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족들 앞에서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부 가족들까지 '정치색 있는 글'이라고 항의하면서 체육관과 팽목항의 해당 대자보는 모두 철거됐다.

onnews@fnnews.com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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