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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체 발견] 18일 만에 거의 백골상태?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2 17:40

수정 2014.10.24 23:59

경찰이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라고 밝힌 가운데 유씨의 시신 상태 등을 근거로 시체 진위와 시신 발견에 소요된 기간, 경찰의 의도적 발표지연 등 각종 의문이 꼬리를 물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찰은 22일 DNA 및 지문 채취 검사 등 과학적인 증거와 함께 구원파 계열사가 제조한 스쿠알렌 병 같은 유류품을 제시하며 "사체는 유병언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명백한 증거와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유씨로 추정되는 변사체의 부패 상태와 주변 정황 등을 근거로 유씨의 시신 확인 과정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우선 사체의 부패상태가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이다. 변사체는 발견 당시 백골이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분리될 만큼 부패가 심해 신체 형태로는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에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아무리 더운 날씨였다고 해도 불과 18일 만에 거의 백골 상태가 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부패 정도를 볼 때 변사체가 숨진 지 6개월은 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제2의 조희팔' 사건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조희팔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다단계판매업체를 차리고 의료기 임대사업 등으로 고수익 보장을 선전해 3만여 투자자를 속여 무려 4조원가량을 가로챘다. 그후 2008년 수사당국의 수사망을 뿌리치고 중국으로 밀항에 성공했으며 지난 2012년 5월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유골은 국내로 이송돼 화장됐다. 수사당국은 화장된 유골의 DNA 검사를 실시했으나 감식이 불가능했다. 이에 피해자들이 조희팔의 생존 가능성을 제기하며 그가 '사망자작극'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의학자들은 여러가지 조건만 맞아 떨어진다면 2~3주에도 충분히 시신이 백골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과수 관계자는 "사망 원인과 시점 등 자세한 내용은 정확한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시신은 죽는 순간 바로 부패가 진행된다"면서 "시신의 평소 건강 상태나 지병, 장기 훼손 여부, 습도, 온도, 상처 여부에 따라서 진행 속도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사체 확인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변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시신이 심각하게 부패됨에 따라 다음날 머리카락과 대퇴부뼈를 국과수에 보내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지만 신원 확인에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됐다.

경찰은 시신 훼손이 심한 상태에서 뼛조각 속의 DNA를 추출하고 감식하는 데 통상 그 정도는 걸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경찰이 유씨 시신을 중요 사건으로 분류하지 않고 일반 변사 사건으로 처리하는 등 초동대처가 미숙했던 점이 시간을 지체한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중요 사건의 경우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DNA 검사 등을 빠르게 진행하는데 이번 경우는 일반 변사사건으로 처리돼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과 경찰이 사체와 대조를 한 유전자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유씨 관련 유전자를 검찰과 경찰이 각기 관리해 정보 공유가 늦어져 변사체 신원 확인에도 시간이 허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이는 검경이 그동안 유씨 추적과 관련한 정보를 원만하게 공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지어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찰이 유전자 확인 결과를 밝힌 시점이 검찰이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연장한 시점과 공교롭게 겹치면서 수사 공조 차질에 대한 불만에서 경찰이 의도적으로 발표 시점을 늦춘 것이 아니냐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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