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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체 발견] 미스터리한 삶 유병언, 떠나는 길도 미스터리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23 22:01

수정 2014.10.24 23:11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으로 확인되면서 유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사망 원인과 시점, 죽음에 이르기까지 과정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23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유씨는 검경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지난 5월 25일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사망할 때까지 유씨 행방은 미궁에 빠져있다. 이날 경찰청은 유 전 회장에 대한 초동수사를 소홀히 해 신원확인을 늦게 한 책임을 물어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했다. 후임 전남청장으로는 백승호 경기지방경찰청 1차장이 내정됐다.
초동수사 소홀에 대한 인사 후폭풍이 본격화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별장 수색 당시 유씨가 내부에 숨어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는 지난달 26일 별장에 은신 중 구속된 아해프레스 직원 신모씨(33.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신씨의 진술로 확인됐다. 신씨는 검찰 조사에서 "수사관들이 별장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유씨를 2층 통나무 벽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다. 수사관들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유씨는 은신처 안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진술을 들은 이튿날인 6월 27일 순천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했지만 이미 유씨는 도피한 뒤였다. 별장 2층에는 통나무 벽을 잘라서 만든 9.9㎡(3평) 정도의 은신처가 있었고, 검찰은 이곳에서 현금 8억3000만원, 미화 16만달러가 들어있는 가방 2개를 발견했다. 당시 검찰이 꼼꼼히 수사만 했더라도 유씨를 검거할 수 있었던 대목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도망친 유씨는 6월 12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따라서 유씨는 검찰이 별장을 덮친 5월 25일~6월 12일 사이에 사망했고, 유씨의 시신 부패 상태로 볼 때 6월 12일보다는 훨씬 이전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별장을 빠져나간 유씨가 며칠 만에 죽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의문은 자살, 타살, 자연사 중 사망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부에서 유씨의 시신의 목과 몸통이 분리된 사실을 근거로 타살 의혹을 제기했지만 경찰은 "외견상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있다. 유씨의 시신 곁에는 소주병과 막걸리병, 상호를 알 수 없는 청색 빈 병 등이 발견됐고, 유씨가 여기에 독극물을 타 마셨거나 누군가가 독극물을 넣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1차 부검을 담당했던 부검의는 '독극물 검사에 이상 소견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급박하게 쫓기던 유씨가 산속을 헤매다 자연사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령에다 평소 당뇨, 고혈압 같은 지병을 앓았다고 전해진 유씨가 급박한 상황에서 스트레스와 불규적인 식사로 인해 심근경색 또는 혈당과 관련된 쇼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검찰과 경찰은 마지막까지 유씨 곁에 머물렀던 인물로 알려진 운전기사 양모씨를 체포하거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가 나와야 이러한 의혹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약독물 검사 결과를 토대로 24일께 유씨의 사망원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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