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 “교육은 통제의 대상이 아닌 재능발휘 기회를 만드는 것”

노주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31 17:20

수정 2014.10.24 19:16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 “교육은 통제의 대상이 아닌 재능발휘 기회를 만드는 것”

【 거창(경남)=노주섭 기자】 "자라나는 학생들의 재능과 소질을 발굴하고 제대로 키워주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정치나 행정 등의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야 하고 교과서가 자율화돼야 하며 고등학교 및 대학교의 학년·계열 간 이동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교육계의 대표적 원로인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사진)은 "교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참여정부 때 교육혁신위원장을 맡기도 한 전 전 교장은 지난 2011년부터 대한민국 교육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담은 전문서적 집필에 들어가 최근까지 '왜 학교는 불행한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교육론 3부작'을 펴냈다.

지난 41년간 거창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 거창고등학교의 교사와 교장, 교육혁신위원장 등을 지내면서 느낀 지금의 교육체계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을 책에 담았다. 파이낸셜뉴스는 7월 31일 전 전 교장을 만나 우리나라 교육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나아갈 방향 등을 들어봤다.

―평소 일선 교육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해 강조하시는데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어느 정도인가.

▲ 아직 완전히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나라는 없지만 북유럽은 상당부분 독립돼 있다.

중국, 러시아, 북한이 많이 통제돼 있고 일본하고 우리는 다음쯤 되는 것으로 본다. 사람들이 일제강점기부터 해놔서 잘 모른다. 일선 교육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정치나 행정 등 다른 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하고 기능이 축소돼야 한다.

―그러면 교육은 어떤 식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독립된 별도의 전문 평가기구를 두어서 기업들이 컨설팅을 받듯이 교육은 잘했나, 학교는 잘했나, 교사들도 잘했나 잘 안했나를 평가하고 가르쳐 줘서 자기발전에 재활용할 수 있는 그런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평가 결과를 승진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각 학교 교사들이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을 스스로 기획해서 교재도 만들고 자기가 가르친 것을 스스로 평가도 하는 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의 교육정책과 일선 교육의 난맥상이 빚어지는 것은 교육부라는 걸 통해서 지나치게 통제하고 간섭하고 지시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올바른 학교 교육이 되려면 어떻게 돼야 하나.

▲우선 초등학교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기 재능과 소질을 발견하는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초등학교 때는 자신이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를 알게 하고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 다음에 그것을 본인도 알고 부모도 알고 국가를 대신해서 학교도 알아야 된다. 우리나라보다 교육 선진국이라는 유럽 같은 나라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다 가르쳐 줘서 적성에 맞는 직업에 일찍 갈 수 있게 한다. 교육은 어떤 의미에서 다 직업교육이다. 이과대학이 의사를 만들고, 신학대학은 목사를, 법대는 변호사·판사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옛날에 직업교육 그러면 농업고, 상업고를 생각하는데, 아주 잘못된 것이다. 교육 자체가 다 직업을 위한 것인데 직업을 재능과 소질에 따라서 가질 수 있도록 학교가 역할을 해야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학년 간, 계열 간 이동이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했는데.

▲초등학교는 재능과 소질을 본인도 발견하고 국가도 발견하도록 해서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이른 시일 내에 최소한 고등학교 1학년을 넘기 전에 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건 해야 된다. 이렇게 해서 자기 재능과 소질에 따라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도 있고, 노력에 따라서 그렇게 되는 삶을 살도록 해주는 게 학교 교육의 역할이다. 학교 교육은 사실상 모두 직업교육이기 때문에 재능과 소질과 관심을 일찍 발견하고 그 분야를 배워 나가면서 인생을 풍부하게, 하고 싶은 걸 하고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능과 소질을 계발하기 위한 학제 개편 방안을 제시한다면.

▲고등학교와 전문대, 일반대의 연계과정이 합쳐져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고등학교를 2년만 이수하고 해당 계열 대학에 진학하도록 하는 식으로 학년간 벽을 터야 된다. 그리고 계열간 이동이 자유로워야 한다. 이과에서 문과 등을 자유롭게 옮기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선 학교에서 교사나 교장으로 재직할 때 어떤 점을 강조했는지.

▲초등학교는 많은 프로그램을 줘서 마음껏 즐겁게 뛰어노는 학교를 만들자는 게 소신이었고 중학교는 열심히 놀고 틈틈이 공부하자를 목표로 정해주었다. 그래서 예술제, 연극제, 합창제 등등 노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았다. 고등학교는 대학을 가야 하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틈틈이 놀자를 목표로 제시했다. 거창고등학교 출신 가운데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한 학생이 대학가요제에서 1등을 했을 때 그 학생이 "마음껏 끼를 발휘할 수 있게 해준 거창고등학교여 영원하라"라고 외쳤다. 거창고등학교 교장 때 대학 가야 하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 하지만 틈틈이 이런 끼를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자기 재능과 소질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근황은.

▲거창에서 국제성서연합회 세계성경번역센터 한국편집인으로 현대어로 된 읽기 쉬운 성경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 등 동포들을 염두에 두고 번역을 한다. 지난 2006년부터 이 일을 하고 있고 내년까지 할 것 같다. 지금 번역은 다 마쳤는데 다듬는 일이 한 1년 걸릴 것 같다. 이것이 다 끝나고 나면 역시 거창고 교장을 지내신 선친의 원고를 다듬는 일에 정진할 것이다.

―이른바 '교육론 3부작'을 펴내신 이유는.

▲지금의 교육체계는 인재양성이라고 해서 학생들을 경쟁시켜서 서열을 정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것은 재능도, 소질도, 관심도 모두 다르고 다양하다. 돌에 모래도 넣고 자갈도 넣고 체로 거른다면 큰 돌만 남게 된다. 교육을 체로 거르듯 해서는 안된다. 학생들의 재능과 소질과 관심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을 하려면 국가의 통제로부터 멀어져야 된다.

그래서 교육부가 3권 분립(입법부.사법부.행정부)처럼 독립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이 하면 그 뜻에 맞출 수밖에 없다.
교육감협의회와 국립대총장협의회도 독립된 법적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책에 담았다.

roh12340@fnnews.com

■약력 △70세 △전북 무주 △거창고 △서울대 농대 △계명대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샛별중 교장 △거창고 교장 △참여정부 대통령직속 교육혁신위원회위원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