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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시신 확인 결정적 역할한 지문 감식기술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01 17:21

수정 2014.08.01 17:21

유병언 시신 확인 결정적 역할한 지문 감식기술

지난 6월 12일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중 하나가 지문이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고온습열처리법, 주사기법 등을 동원해 심하게 부패된 유씨의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밝혀냈다.

고온습열처리법은 미라형 탈수·건조된 지문을 100도의 뜨거운 물에 담가 순간적으로 팽창시켜 지문을 채취하는 기법이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개발해 2004년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또 주사기법은 탈수건조된 손가락에 주사기로 물을 주입해 팽창시켜 자문을 채취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찰은 지문감식을 활용한 범죄현장 용의자 특정 및 신원 확인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살인, 성폭력, 강도 등 미제사건의 현장지문 재검색이다.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의 검색능력을 고도화해 사건 발생 당시의 시스템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미제로 남았던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해내는 것이다.

1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3032건의 중요 미제사건에 대해 재검색을 실시해 1143명의 신원을 확인, 모두 329건의 사건을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기지방경찰청 미제팀은 9년 전 발생한 식당 여주인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지난 1월 검거했다. 범죄현장의 유일한 단서인 피의자가 남긴 쪽지문을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활용, 2005년부터 8차례에 걸쳐 끈질기게 재검색을 실시해 범인을 찾아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5년 전 리사무소에 침입해 컴퓨터를 훔친 김모씨 등 3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지난달 초 붙잡았다. 경찰은 사건 당시 출입문 유리에서 지문 11점을 채취해 감정을 의뢰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 미성년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주민등록증을 만들었고 지문 재검색 결과 이들의 지문과 일치해 범행이 발각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AFIS는 국제공인인정(KOLAS)을 획득한 과학적·체계적 시스템"이라며 "국제표준에 따라 매년 엄격한 숙련도 시험을 통과한 감정요원만이 사건과 관련된 지문감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지문감식기법의 발달에 따라 변사자의 손가락 지문을 통해 신원을 확인, 신속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사례가 해마다 평균 340명에 이른다.
지난 2012년에는 경찰청과 파이낸셜뉴스가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잃어버린 가족 찾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무연고자의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 15년 전 실종된 치매 할머니에게 가족을 찾아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찰은 해마다 2개국 이상을 방문해 현재 경찰과 과학수사연구소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선진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방문한 과테말라에서는 실제 발생한 살인사건의 증거물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데 성공해 난항에 빠졌던 사건 해결에 기여한 바 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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