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교수 성범죄에 얼룩진 ‘상아탑’

남형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6 17:37

수정 2014.09.16 17:37

교수 성범죄에 얼룩진 ‘상아탑’

#. 강원 소재 모 대학은 지난 2012년 여성인 시간강사를 성폭행하고 돈까지 뜯어낸 A교수를 해임했다. A교수는 교수 채용을 미끼로 여강사를 성폭행하고 1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A교수는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며 "문제의 시간강사와 내연 관계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한 차례 성폭행한 후에도 A교수는 계속 성관계를 요구했다"면서 "억울했지만 교수 임용 문제가 걸려 있어 신고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 올해 3월 경기도 내 한 대학에서는 제자를 강간한 B교수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B교수는 몇 달 전 제자에게 술을 먹인 뒤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 대학의 또 다른 교수 역시 술자리에서 제자의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학생들은 두 교수 모두 과거에도 제자들에게 추근대곤 했지만 학과 특성상 교수의 입김이 워낙 강해 문제를 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일부 교수의 성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교수들의 성범죄에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10대 제자를 상습적으로 강간.강제추행한 경남의 모 국악예술단장이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확정판결을 받기도 했고,서울중앙지법에서는 술자리에서 조교의 허벅지를 만진 혐의로 한의대 교수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6월에는 10여명의 여제자를 강간한 혐의로 경기지역 모 사립대 교수가 기소됐고, 앞서 4월에는 경기 성남의 한 대학병원 교수가 교직원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사표를 제출했다.

16일 대검찰청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성범죄로 기소된 교수는 모두 52명으로 각각 강간(21명), 성매매(25명), 아동청소년성범죄(6명)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2010년에도 26명의 교수가 강간으로, 17명은 성매매로, 1명이 아동청소년성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2년에는 강간 20명, 성매매 9명, 아동청소년성범죄 2명 등 모두 31명의 교수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또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대 여성연구소해 의뢰해 전국 280개 대학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전국 각 대학 성폭력상담기관에 접수된 사건은 336건이며 이 가운데 교수가 학생이나 직원을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는 36건에 달했다.

이처럼 교수들의 성범죄가 잇따르는 원인에 대해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제자들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꼽았다. 논문 작성.통과나 인턴십 결정권 등 학위와 취업에서 교수들이 거의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교수들이 "논문지도할 것이 많으니 모텔을 잡아두라"며 노골적 요구를 하거나 "신체접촉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악 레슨법"이라는 억지를 써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도 문제로 지적됐다.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가해자들이 기껏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형사처벌이 내려지는 경우도 집행유예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자를 성폭행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그런 교수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니 피해자 발생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신아람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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