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클릭] 변호사 돈벌이 된 집단소송/최갑천기자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11 17:19

수정 2014.11.06 01:22



“지금 같으면 집단소송을 하지 않을 겁니다.”

지난 2월 해킹사고로 1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의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A변호사의 푸념이다.

그는 해킹사고 직후 곧바로 포털사이트에 집단소송 카페를 개설, 불과 1주일 만에 1만명이 넘는 소송인단을 모으면서 화제가 됐다.

그는 2만명 정도의 소송 참가자들로부터 2만원의 저렴한(?) 수임료를 받았지만 전체 의뢰비는 3억원 이상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몇 개월 뒤 집단소송을 후회하고 있는 것.

A변호사는 “돈벌이에 혈안이라며 엄청나게 욕을 먹었죠. 그런데 사실 수만명에 달하는 소송인의 송달료와 인지대만 해도 수천만원씩 들어가고 서류에 도장을 찍는 데만 수일씩 걸리다 보니 ‘이걸 왜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씁쓸해 했다.

최근 개인변호사나 작은 법무법인 변호사들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집단소송을 바라보면 어쩐지 주객이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대규모 정보 유출사고마다 인터넷 카페 개설을 통해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집단소송이 하나의 ‘공식’처럼 관행화되고 있다.

집단소송은 주로 많은 수의 피해자가 소액의 피해규모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일종의 ‘공익소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집단소송은 대박을 노리는 일부 변호사의 박리다매(薄利多賣)식 상술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소송의 승패를 가름할 분명하고도 합리적인 증거나 주장은 뒤로 하고 누가 엄청난 숫자의 피해자를 선점하느냐에 몰두할 뿐이라는 힐난도 제기된다.

상황이 이러니 ‘같은 배상액이라도 수임료는 더 싸게’라는 식의 수임료 덤핑경쟁도 벌어지는 실정이다.
자칫 섣부른 판단으로 의뢰인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cgapc@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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