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민 안전,우리가 지킨다”] ④ 외사경찰관 체험담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16 17:06

수정 2009.06.16 17:06



지난 12일 예멘 북부 사다에서 납치된 한국인 엄영선씨(34·여)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그동안 해외에서 발생한 사건 수습 활동을 벌인 두 외사경찰관으로부터 현지 상황 등을 들어본다.

■예멘 활동 박우현 경정 “전문가 육성 시급”

지난 3월 15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 예멘 남부 시밤지역을 관광하던 우리 국민 18명이 자살폭탄 테러를 당해 4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어 현지민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정부는 사건 직후 외교통상부,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키로 하고 경찰은 해외공관 근무 및 수사·정보·기획 등 업무 경험이 풍부한 박우현 경정(39)을 신속대응팀 일원으로 파견했다.

박 경정은 생존 관광객 진술을 청취한 뒤 예멘 수사당국과 사건 조율, 현장 사진 등 수사자료 확보, 교민사회 안정 등 임무를 부여받아 활동하는 과정에 신속대응팀을 겨냥한 제2의 폭탄테러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면서 알카에다를 규탄하는 국내 시위 장면이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보도되자 교민들이 현지에서 또 다른 테러 등에 노출될 것을 우려한다는 사실을 즉각 국내로 전달했다.

박 경정을 포함한 신속대응팀의 이 같은 노력으로 예멘 알 키르비 외교장관이 자살폭탄 테러 수사참여를 약속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박 경정은 “유관기관 팀원 간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으로 갑작스런 테러에도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국민 신뢰를 높인 것 같다”며 “해외여행 때는 여행국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숙지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박 경정은 특히 “그동안 재외국민 보호 업무가 확대됐으나 아직 우리나라와 비슷한 국력을 가진 나라에 비해 해외에서 영사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며 “치안 분야 영사·주재관 증원 및 예산 배정 등 적극적인 투자로 기존 선진국가 외에도 중동 지역 등 지역 전문가 육성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과테말라 활동 김정석 경감 “분쟁 줄여야”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주 과테말라 대사관 경찰주재관으로 근무한 김정석 경감(39)은 “전문지식 및 경험을 가진 경찰주재관의 적극적인 활동이 동포사회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이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김 경감은 과테말라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사건 8건에서 주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범인 검거작전 등에 참여, 납치됐던 8명 전원을 구출한 바 있다.

김 경감은 실제 지난 1월 19일 발생한 한국인 2명 피살사건 범인을 하루 만에 검거하기도 해 현지민과 동포 사이에서 한국 경찰의 강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김 경감은 3년간의 경찰주재관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인 지난 1월 23일 새벽 동포 채모씨가 현지 무장세력에 피랍, 구출 작전을 벌이던 중 ‘이게 이승에서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사 부부에게 “가족을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김 경감은 “사건·사고 수습과정에서 경찰주재관 활동이 현지 범죄조직에 노출되면 자신과 가족들이 오히려 범죄자처럼 숨어다니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피랍자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경감은 “치안 불안국가에서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급적 심야시간대 우범지역 카지노, 유흥업소 출입을 자제하고 현지인들과 원한관계가 발생하지 않도록 분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경감은 또 “범죄에 노출됐을 경우 현지 공관이나 외교통상부 콜센터에 피해신고를 하고 사건·사고 담당 영사의 조력을 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pio@fnnews.com 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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