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하철 여성 전용칸 “필요해” vs “범죄자 취급” 논쟁

남형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7.20 14:53

수정 2011.07.20 14:51

서울시가 여성 승객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지하철 ‘여성 전용칸’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찬반 여론이 뜨겁다. 지하철 성범죄에 노출돼 있는 여성들을 위해 전용칸이 필요하다는 여성 전용칸 찬성 입장과 남성 승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길 뿐만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도입 반대 입장이 그것이다.

지하철 여성전용칸은 지하철 내 각종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열차 중 한두 칸을 여성만 탈 수 있도록 지정하는 제도이다. 지난 1992년 당시 철도청이 여성 전용칸을 지정해 출근 시간에 운영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사라졌다가 19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지하철 여성 전용칸이 생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사의 댓글, SNS,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을 중심으로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몇몇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여성칸 도입에 관한 찬성과 반대 여부를 투표에 부쳐 누리꾼들의 반응을 살폈다.

먼저 지하철 여성 전용칸이 필요하다는 누리꾼들은 실제로 성추행이 빈번한 지하철을 타는 여성들에게도, 만원 지하철 등 공간이 좁은 곳에서 자세가 조심스러운 남성들에게도 좋은 제도라는 입장이다. 한 여성 누리꾼은 “모든 남성을 범죄자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하철을 타면 성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 부분은 모든 여성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2년 여성 전용칸이 도입됐을 당시 이용해봤는데 몸보다 마음이 편했다”며 여성 전용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 누리꾼도 “매일 만원 지하철을 탈 때 물론 서로 불편하지만 상대적으로 좀 더 불쾌할 수 있는 여성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면서 “가족, 여자친구가 좀 더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른 남성 누리꾼도 “사람 많은 지하철을 타면 공간이 부족해 신체 접촉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자세까지 신경 쓰느라 남성들도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전용칸이 생기면 남성들도 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성 전용칸을 반대하는 입장은 여성만 전용칸을 만드는 것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며, 여성칸이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의견이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남성 누리꾼은 “양성 평등을 논하는 시대에 모두가 이용하는 지하철 내에 여성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드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면서 “여성 전용칸을 만들 것 같으면 남성 전용칸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 남성 누리꾼도 “모든 남성들이 만원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성추행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의 문제인 것을 원천적으로 격리시켜 해결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여성 전용칸이 생긴다면 볼 때마다 잠재적인 범죄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누리꾼들의 찬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알기 위한 투표도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20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뉴스poll’ 투표에서는 오후 2시 40분 현재 총 2000명이 투표해 ▲도입 찬성 46.5%(930명) ▲도입 반대 51.3%(1027명)으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포털 사이트 야후에서 진행되고 있는 ‘네티즌poll’에서도 총 1089명이 투표해 ▲도입 찬성 43%(468명) ▲도입 반대 42.1%(459명) ▲상관없다 14.1%(154명)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서울시는 8월까지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9월부터 2호선 막차를 시범운행, 전용칸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onnews@fnnews.com 온라인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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