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경기 불황의 그늘, 로펌까지 덮쳤다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02 17:07

수정 2014.10.30 00:44

경기 불황에 따른 기업의 신규투자 축소가 국내 로펌업계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수합병(M&A) 등 신규 투자 축소가 로펌의 자문업무 및 자문료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로펌 업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 변호사들이 비전문 분야의 사건까지 맡는 '영역파괴' 현상까지 빚어지는가 하면 일부는 구조조정과 함께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기업 신규투자 축소 후폭풍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펌의 수입구조는 크게 자문과 송무(소송)로 나뉜다. 로펌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문과 송무의 수수료수입 비중이 6대 4 정도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줄어들면서 자문료도 크게 줄고 있다.


경기활성화 직전 단계에서는 기업들이 대형 M&A나 신규 투자 등을 모색하면서 이에 대한 자문이 많이 들어오지만 불경기로 전반적으로 자문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 기업경영 평가 업체인 최고경영자(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10대 그룹의 투자실적은 36조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9조2880억원)에 비해 8.2% 줄었다.

A대형로펌 관계자는 "호황일 때는 자문 수수료 수입 비중이 70~80%대까지 올라가지만 지금은 절반도 안 되는 곳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로펌업계의 어두운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법조계에서는 굴지의 B대형로펌에 대한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소문의 진원은 최근 이 로펌이 6~7년차 변호사에게 안식년 개념으로 1년간 보내주던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나오면서다. 이를 두고 경쟁 로펌들은 B로펌이 무리한 전관 출신영입 및 경기불황 여파로 경영이 악화되자 연봉 삭감 및 복리후생을 축소했고 여기에 불만을 가진 변호사들이 대거 이탈한 것이 연수제도를 재검토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이른바 로펌의 경우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상법상 매출 등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위기설의 진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B로펌 측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이러한 설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도 자문료 감소 등 예전에 비해 상황이 어려워져 긴축경영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역파괴·구조조정 본격화

대형로펌에 비해 불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로펌 업계에서는 영역파괴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건설.부동산 전문 로펌은 해당 분야의 사건만 맡아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건설경기 불황으로 변호사보수와 자문이 줄면서 다른 분야의 사건을 맡지 않고는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로 11년차 부동산 전문 K변호사는 "과거에는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해 멀리하던 이혼 등 가사사건과 행정사건도 일단 들어오면 감지덕지하며 맡는다"며 "주변에도 비슷한 처지의 동료가 많다"고 귀띔했다.


법조계는 오는 2017년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외국계 로펌이 자문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로펌의 경영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로펌의 국내 진출을 걱정하며 방어적 자세만 취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면서 "토종 로펌들도 국내 경기 탓만 할 게 아니라 해외 현지로펌과의 협업이나 외국 변호사 영입 등을 통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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