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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관료사회, 세월호 앞에 서다] (上) 4·16 정부관료 위기대응 행적 ‘어처구니없는 하루’

최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9 17:22

수정 2014.10.28 02:34

[66년 관료사회, 세월호 앞에 서다] (上) 4·16 정부관료 위기대응 행적 ‘어처구니없는 하루’

세월호 대참사를 겪는 동안 행정부 수장들의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복기해 보면 현재 공무원 조직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난다. 그 실상은 사건 발생일인 지난 16일 단 하루에 응축돼 있다.

오전 8시 52분, 세월호 조난 신고가 접수됐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 컨트롤타워를 맡는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유선으로 이 사실이 보고된 것은 약 33분이 지난 뒤인 9시25분. 강 장관은 이 시각에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간부후보생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와 있었다. 오전 10시 졸업식 행사가 시작됐고 10시37분 강 장관은 경찰간부들과 함께 웃으며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비슷한 시간, 주무 장관인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9시께 상황을 보고받고 10시30분 인천에 있는 해양경찰청에 도착했다.

이미 세월호는 90도 이상 기울어져 승객들은 배안에 갇힌 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두 장관은 헬기를 타고 진도로 향했다. .

두 장관이 헬기를 타고 있었던 오전 11시18분, 세월호는 이미 선수만 남기고 모두 가라앉았다. 해경은 바다로 탈출한 승객과 배 난간에 대피한 승객들을 보트에 실어 나르는 소극적인 구조활동을 하고 있었다. 유리창을 깨고 구조대를 투입하거나 잠수사를 동원한 수색은 없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오후 1시, 진도에 도착한 강 장관은 2시간여 그곳에 머물다 오후 3시10분께 다시 헬기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로 청사에 마련된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방문 예정시간은 5시10분, 강 장관은 10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못했다.

그는 이날 밤 세종로 중대본 상황실에 머물기로 하고 고위공무원들과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다. 안행부는 이후 중대본의 기능을 상실한 채 세월호 사건에서 '열외'됐다.

비슷한 시각 진도, 오후 8시40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단상에 해수부 장관이 올라 섰다. 그는 "문해남 해양정책실장을 현장 총책임자로 임명해 만반의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문 실장에게 구조상황이나 잠수사 투입에 대해 물었으나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재난이나 구조활동에 대한 아무런 지식과 정보, 경험이 없었다. 흥분한 가족들은 문 실장의 멱살을 잡고 의자를 집어던졌다.

밤 10시20분, 정홍원 국무총리가 무안공항에 도착한 뒤 목포 서해해양경찰청에 들러 긴급 사고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그는 "지금 현재로는 1분 1초도 주저할 시간 여유가 없고 촌음을 아껴 인명을 구조해야 한다"며 "해군과 군함을 포함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달라"고 지시했다. 사고 발생 13시간이 넘은 상황에서 내린 총동원령은 허무한 메아리가 됐다.

이에 앞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이날 오후 4시 유가족이 통곡하는 진도실내체육관 의료테이블에서 컵라면을 먹는 장면은 관료집단의 행태가 기행 수준으로 악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경영연구소 황장수 소장은 "공직사회 전반을 쇄신하는 데 자극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원전비리, 탈세, 공기업 개혁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되지 않고 있다.

곳곳에 관료마피아들이 썩어서 이해관계자와 유착돼 있는 것이 부패의 근본원인"이라며 "한국사회에서 법으로 정하지 않고, 처벌 규칙을 정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기 때문에 관료들의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탐사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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