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7)아이스버킷챌린지, ‘유쾌한 기부’ vs. ‘불쾌한 과시’

박동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8 18:20

수정 2014.10.23 11:44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7)아이스버킷챌린지, ‘유쾌한 기부’ vs. ‘불쾌한 과시’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지난 7월 미국에서 시작된 'ALS아이스버킷챌린지'가 최근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기 연예인들이 국내에 소개한 후 국회의원, 대기업 대표, 대학 총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합세하고 여기에 일반 국민까지 동참하면서 사회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런 여세라면 전 국민이 동참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듯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주변의 불행을 함께 나누는 국민의식과 맞물려 '열풍'으로 이어져 불치병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기부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취지를 뒤로 한 채 '자기 홍보나 과시용'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 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제를 아이스버킷챌린지 '유쾌한 기부인가, 자기과시용인가'로 정하고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즐거운 기부' vs. '자기 과시' 논란

국내에 부는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은 루게릭병이라는 불치병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기부문화를 정착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한국루게릭병협회에 따르면 ALS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치인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기업인, 박한별, 문근영, 이현도, 김준호 등 연예인 등의 기부가 이어지면서 지난 27일 현재 신규 기부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친한 친구로부터 지목받아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한 김종호씨(23)는 "처음에는 좋게 생각되지 않았지만 언론 등을 통해 이 캠페인이 실제로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루게릭병이 많이 알려지고 기부가 더 많이 늘어 환자들의 고통을 덜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친구로부터 다음 참가자로 지목받은 이정훈씨(25)도 "함께 웃으면서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기부문화"라며 "기부를 꼭 엄숙하게, 남몰래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근본적인 취지보다는 이를 이용한 '자기 과시'나 '자기 홍보'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부터 재계와 학계를 거쳐 이젠 일반 국민까지 '유행'처럼 퍼지는 데 대한 반작용이다. 그야말로 너도나도 참여하면서 본래 취지는 퇴색되고 어느새 놀이와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실제로 몇몇 연예인의 경우 아이스버킷챌린지 실행 과정에서 노출 논란이 불거졌고 정·재계와 학계 인사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를 놓고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비판글이 인터넷 등에 올라 있다.

일부 참가자가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영상을 촬영하거나 홍보에 치중한 영상을 SNS 등에 올리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지난 21일 유튜브에 공개된 한 영상에는 수십건의 비판 댓글도 달렸다. 기부에 대한 언급 없이 게임을 즐기듯이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했다는 지적이다.

■"유행에 그치지 말아야"

루게릭병 관련 단체와 의료계는 이 캠페인의 목적과 관심은 감사하지만 단순한 홍보성 이벤트나 반짝 인기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강성웅 교수(희귀난치성 신경근육계질환 진료센터 소장)는 "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벤트(홍보)성으로 변질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시간이 지났을 때 루게릭병은 잊혀지고 연예인·정치인이 얼음물을 뒤집어썼다는 사실만 기억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 루게릭병협회(ALS)의 루게릭 환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활동 캠페인인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지난 7월 미국의 골프선수 크리스 케네디가 1년간 투병 중인 루게릭병 환자를 남편으로 둔 아내의 친척을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참가자로 지명되면 24시간 내 얼음물을 뒤집어 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한 뒤 다음 참가자 3명을 새로 선정해야 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김종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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