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뮤지컬 데뷔 이현우 “잔잔한 로맨스라 용기 냈어요”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5.31 18:13

수정 2014.11.05 14:01



“나이 더 먹기 전에 얼른 결혼해야지? 안그래?”

지긋 지긋한 저 소리. 나이 꽉 찬 미혼남녀라면 지겹게 듣는 말이다. 가만히 보면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것도 아니다. 딱히 할 말도 없고 심심하니까 결혼한 게 벼슬인양 슬쩍 돌 던져보는 거다. 사랑은 증발해버렸고 책임감만 남았다며 울부짖으면서도 기혼자들은 유독 노총각·노처녀 앞에서 만큼은 주름잡고 싶어한다.

예전 같았으면 ‘결혼 안한 내가 죄인이오’라며 숨죽여 살았을 노총각·노처녀의 반란이 시작됐다. 능력있고 팔팔한데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게 뭐 어떤가. 이젠 노총각·노처녀가 아니라 ‘골드미스터·골드미스’다.
오는 9일 이들의 사랑과 생활을 그린 뮤지컬 ‘싱글즈’가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싱글즈’는 2003년 개봉한 장진영·엄정화 주연의 동명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며 원작은 일본 소설 ‘29세의 크리스마스’다.

뮤지컬 ‘싱글즈’가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데에는 ‘대한민국 대표 싱글남’ 가수 이현우의 공이 크다. 1991년 1집 ‘블랙레인보우’로 가수 데뷔를 해 연기와 CF 등 안해본 것 없이 다 해봤지만 뮤지컬은 처음이란다. 혜화동의 한 사무실에서 ‘싱글즈’ 막바지 연습에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나보았다.

지난 23일 뮤지컬 ‘싱글즈’ 제작발표회가 열린 압구정동의 한 클럽. 극중 30대 중반의 증권맨 수헌 역을 맡은 이현우의 첫인사가 독특했다.

“안녕하세요. ‘수헌’역을 망쳐버릴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드는 이현우입니다.” 그의 엄살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고보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평소에 뮤지컬을 즐겨봐온 것도 아니고 직접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적도 없었으니.

“제가 뉴욕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브로드웨이에 가본 적이 없다니까요. 예전에 종신이(가수 윤종신)가 미국에 왔을때 하도 가자고 성화를 해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본게 다에요.”

게다가 그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과묵하면서도 무게잡는 역할만 주로 맡았다. 그 때문에 생긴 별명이 ‘실장님 전문 배우’라니 말 다했다. 그런 이현우가 과장된 몸짓으로 춤을 추고 신나는 노래를 부른다(?) 처음엔 그 역시 엄두가 안났다고 털어놓는다.

“오래전부터 뮤지컬을 하자는 제의가 꾸준히 들어왔어요. 한 번 해볼까 싶어서 대본과 테이프를 보내달라고 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 자료를 받아보니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그렇게 몇 번 거절을 했죠.”

그러곤 까맣게 잊고 살았다. 라디오 DJ와 개인 사업만 해도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 와중에 뮤지컬 ‘싱글즈’ 팀은 끈질기게 연락을 해왔다. ‘깔끔한 이미지의 노총각’으로 이현우만한 배우가 없다는 설득도 따라붙었다.

“뮤지컬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나 ‘그리스’처럼 계속 춤추고 노래해야 하는 거라면 못했을 거에요. 다행히 이 작품은 잔잔한 로맨스를 다뤘어요. 제가 맡은 ‘수헌’도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구요. 의식적으로 과장된 연기를 하려고 했더니 오히려 절제해서 표현하라고 하시던데요? 저야 고맙죠.”(웃음)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매번 비슷한 역할만 맡다 보니 ‘연기가 다 똑같다’는 뼈아픈 지적도 받았던 그다. 그럼에도 그를 섭외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표 싱글남’으로서의 가치가 커서다. 정작 그는 그같은 꼬리표를 어떻게 생각할까.

“‘대한민국 대표 싱글남’이라…. 전 그 자체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나쁘게 생각한 적은 없어요. 물론 그것 때문에 ‘왜 결혼을 안했느냐’는 질문도 매일같이 받고 있죠. 한때는 굉장히 예민했던 적도 있어요. 뭐 지금은 익숙해져서 준비된 답변을 하고 말지요.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 참 따분하지 않나요.”

눈을 살짝 찡그리며 ‘따분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 그 모습을 보면서 남겨둔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언제쯤 결혼할건가요?’ 이 짜증나는 질문말이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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