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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공공자원 살리는 길은 ‘공동체 자치관리’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8.25 18:32

수정 2010.08.25 18:32

■공유의 비극을 넘어(엘리너 오스트롬·윤홍근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노벨경제학상은 제도경제학의 대가 엘리너 오스트롬과 올리버 윌리엄슨에게 수여됐다. 오스트롬은 경제학의 정설로 자리잡은 ‘공유의 비극’ 이론의 오류를 밝히고 시장과 정부라는 이분법적 해법에서 벗어나 공동체 자치관리라는 제3의 모델을 제시해 각광을 받은 인물로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의 위기에 처한 세계 각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스트롬은 1990년 출간한 이 책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오랫동안 부락에서 잘 관리되던 산림이 ‘공유의 비극’ 논리에 따라 국유화된 후 충분한 감시 인력을 고용하지도 못할뿐더러 감시 인력 자체가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아 오히려 산림이 파괴되는 경향이 타이·네팔·니제르·인도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했음을 지적한다. 또 어장이나 산림, 지하수 등은 사유화하기도 거의 불가능하고 단순히 소유권을 나눈다고 해서 환경파괴나 자원고갈을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을 밝혔다.

이 책이 해를 거듭할수록 그 진가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시대에 앞서 경제학의 새로운 사명을 제시하고 새로운 연구방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지하수나 산림, 바다 어장, 목초지 등의 장기적 존속을 가능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관리제도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경제학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는 게임이론을 일찌감치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선구적 연구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에서 주로 분석되고 있는 공유자원 체계는 한 나라에 위치하고 있고 여기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50여명에서부터 1만5000여명에 이르며 경제적 소득 면에서 공유 자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소규모의 공유자원 제도다. 오스트롬은 어느 상황에나 적용되는 보편적 이론 같은 것은 경계한다.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려면 변수들을 제거해 마치 ‘완전 경쟁 시장’이라는 개념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데 그러한 전제로부터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가나 시장이라는 해결책이 위험한 것은 문제의 구체적인 성격을 분석하지 않고 만병통치약과 같은 정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스트롬은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출발하는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moon@fnnews.com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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