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김성은 개인전..알록달록 사무실,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13 17:14

수정 2014.10.2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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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은행 사내 변호사이자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은(42·사진)의 네번째 개인전 '내 사무실(My office)'이 14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현대인의 도시적 감수성과 꿈을 산뜻한 감각으로 표현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트레이딩 플로어' '내 의자' '내 책상' '굿모닝' 등 16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학창시절 눈에 띄는 학업 성적 때문에 법대에 진학했고 자연스레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지만, 작가의 삶 일부에는 이미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한 욕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대 법대와 미국 뉴욕대 법과대학원을 나와 변호사로 일하면서 홍익대 미술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뒤늦게 그림을 시작한 만큼 평일 야간에는 미술대학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작업실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낼 정도로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도 강했다.

김성은 개인전..알록달록 사무실,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

■현대인의 사무실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사무실은 업무의 치열한 승부처이자 재충전을 위한 휴식처이기도 하다.
사무실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컴퓨터와 모니터, 온갖 사무용품으로 가득한 책상과 의자…. 이 모든 것들은 분초를 다투는 각박한 디지털 시대의 차가운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숙명적 공간을 차갑게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딱딱하고 무미건조할 수도 있는 이 공간을 작가는 밝고 군더더기 없는 단색조의 선명한 색채와 친숙한 기하학적 형태로 탈바꿈시켜 재미있고 예술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또한 작가는 절대적인 시선을 통해 표면에서 시간을 지워버림으로써 시간을 관통하며 추월하는 사물을 표면 자체에 그대로 노출시킨다.

작가는 "하루종일 일하는 사무실이 단순한 노동 공간이 아니라 예술적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에 희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현대인과 컴퓨터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데스크톱은 직장인들의 필수품이다. 휴대폰의 기능을 넘어 '손 안의 작은 컴퓨터' 역할을 하고 있는 아이폰 등 스마트 기기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은 컴퓨터가 이제는 더 이상 사무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24시간 함께 하는 자아의 일부가 되게 했다. 또 이것들은 나와 타인이 서로 소통하는 통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작가에게 사무실은 하루종일 일을 하는 삶의 현장이고 컴퓨터는 그 공간 속에 있는 나를 도와주는 도구에 불과하지만 김성은의 작품 속에서 컴퓨터는 타인과 소통하는 개별적인 자아를 담은 하나의 생명체로 재탄생한다. '나도 심장이 있어요' '백일몽' '기다림' '명상' 같은 작품을 보면 차가운 금속성 환경에 온기를 불어넣고 감정이입을 시도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서문을 쓴 철학자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는 "그의 작품은 일견 대단히 표면적이다. 그러나 그의 실존에 내재된 절대적인 시선이 자본주의적 첨단의 일상을 최대한 끌어들여 그 일상을 구성하는 군더더기를 지워버린다.
그럼으로써 일상을 통해 일상을 넘어선다"고 평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02)725-7114

yuna.kim@fnart.co.kr 김유나 큐레이터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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